[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가 끝내 정든 교정을 떠나게 됐다.
배 교수는 심장내과 명의로 2005년부터 충북대병원 조교수로 일하며 20년 가까이 충북도민의 건강을 책임져왔다. 최근 의대증원 과정에서는 충북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증원에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배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 “저에게 더 이상의 새학기는 없습니다”라며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을 밝혔다. 배 교수는 지난 3월 22일 페이스북에 의대증원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배 교수는 “2000명 증원이라는 주술에 가까운 증원, 그리고 800병상 병원에 정원 49명의 의대를 단번에 정원 200명으로 늘려 국내 최대 의대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의대 교수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밀어붙인 대통령,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에 너무나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의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충북의대를 정치적 발판 정도로 생각한 충북대 총장, 충북도지사를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며 “신학기가 돼 200명의 학생이 입학 하면 아무리 교수들이 발버둥 쳐도 제대로 된 의사로 키워낼 수 없다는 걸 뻔히 아는 증원을 근거 없이 결정하고 그에 부역한 인간들을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배 교수는 “최근 2~3개월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새벽 3~4시에 잠을 깬다”며 “200명 학생 앞에 서서 ‘내가 너희들 교수다, 선생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도저히 그 말을 지금처럼 떳떳하게 하기 어려울 거란 걱정에 그냥 잠이 들었다 깨길 반복했다”고 했다.
이어 “몇몇 선배 교수들은 그리 걱정이 되면, 배 선생이 기운을 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의대를 이끌어 정부의 지원을 확약받고 이끌어 내 우리 의대에서 학생들을 잘 이끌어보라고 한다”며 “깊은 고민을 했지만 내 결론은 지금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 해도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나는 이번 사태를 막아내지 못한 못난 선생”이라며 “지역의 중환을 진료해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꿈과 성실하고 똑똑한 의대생과 전공의를 잘 지도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지키고 발전 시키는 의사로 키우겠다는 내 꿈은 이미 박살이 났다”고 했다.
이어 “이런 미련한 결정으로 혼란을 겪을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이 송구한 마음이다. 진료에 어려움이 없도록 잘 준비하게 하겠다”며 “그리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도록 정부에 목소리를 내주길 부탁드린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에 있다”고 했다.
저에게 이제 더 이상의 새학기는 없습니다[전문]
서울대병원에서 2년동안의 감사한 전임의생활을 마치고 2004년에 경희대학교병원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2005년에 우리병원에서 임상조교수를 시작하였으니 이래저래 교수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한 것은 2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니 황경국 교수님과의 년 180일 온콜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때 우리의 당면한 과제는 심근경색증은 nSTEMI라도 새벽에 바로 시술을 하여 모든 AMI환자를 병원도착후 1시간 이내에 시술을 하는것이였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유치하는 것이였습니다. 황교수님과 병원의 도움하나없이 100쪽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만드려고 몇날밤을 새우던 기억이 납니다. 첫해에 탈락하고 둘째해에 당선이 되어 60억원의 자금을 받아 3층 리모델링하고 기자재 사고 결국 이상엽, 김상민 교수님이 연이어 우리병원에 와주셔서 심장내과의 기틀이 크게 만들어졌습니다. 당직도 년 90일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구요. 늘 힘들고 늘 기뻤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하고 화가 많습니다. 전공의나 학생들에게도 그랬습니다. 3월이 되면 봄바람부는 캠퍼스에 말간 얼굴의 앳된 의대생들이 매년 들어오는것이 부담이기도 했지만 큰 기쁨이였습니다. 세대가 바뀌었네 MZ가 어떠네해도 매달 지도학생 모임하고 저녁먹다보면 이 나라에서 가장 성실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스무살의 청춘들이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가 스무살에 가졌던 오늘 공부할 분량, 다음주의 퀴즈에 걱정이 있고 저너머 보이는 병원의 생활을 동경어린 걱정이 그 아이들에게도 30년이 흘렀어도 같았습니다. 제가 30년전에 하던 걱정과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 매년 새로 들어오는게 당연하지만 신기했고 그 걱정을 듣고 덜어줄수 있다는것이 제게는 가장 큰 기쁨이였습니다. 한국최고의 인재들과 이야기하고 지도 한다는것은 제게 너무나 큰 복이고 즐거움이였습니다. 다른과 교수들이 부러워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전공의들을 지도하는게 또 다른 큰 복이였습니다. 그 친구들이 한발 한발 지식과 경험이 늘어나는것을 곁에서 보는것은 참으로 큰 기쁨이였고 결국 우리과의 교수로서 함께 생활할수 있다는것 그리고 그 친구들이 학회에서 인정받고 저를 훌쩍 뛰어넘는 인품과 실력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 참으로 영광이였습니다. 그리고 중환 한명을 두고 그 친구들과 morning conference 에서 고민하고 cath lab에서 CCU에서 함께 환자의 회복을 위해 함께 일하니 정말 좋았습니다. 김민, 배대환 교수, 제게는 과도한 기쁨이였다는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형님같은 최웅길 교수님 그리고 말없이 최선을 다해 깊은 물 같은 김상민 교수님, 제 실수에 단 한번도 싫은 내색없이 20년 넘게 도와준 황경국 형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충북대학교병원 심혈관센터의 직원들 .. 너무나 감사합니다.
큰 병원은 아니지만 권역에서 신뢰받는 심혈관센터로서 하나씩의 역할을 더해가서 권역의 중환을 지키고, 학생과 전공의를 잘 교육하여 지역에 도움이 되며 헌신하는 의사로 키워낸다는 사명으로 힘들어도 버티면서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2000명 증원이라는 주술에 가까운 증원, 그리고 800병상 병원에 정원 49명의 의과대학을 단번에 정원을 200명으로 늘려 국내최대의대로 만드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의대교수들과는 한마디 상의없이 밀어부친 대통령,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에 너무나 화가 나고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의대교육이 제대로 되지않을것을 뻔히 알면서 자신의 정치적영달을 위해 충북의대를 정치적 발판 정도로 생각한 충북대학교 총장, 충북도지사를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수가 없습니다.
신학기가 되어 200명의 학생이 입학을 하면 아무리 교수들이 발버둥을 쳐도 임상실습과 인턴 전공의 수용가능성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의사로 키워낼수없다는것을 뻔히 아는 저로서는 이번 증원조치를 근거없이 결정하고 그에 부역한 인간들을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능력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입학을 한 젊은 의대생의 미래를 망가뜨린것 뿐만 아니라, 허울뿐인 무능력한 의사를 찍어내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망가뜨려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하게 될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2-3개월동안 잠을 제대로 잘수가 없었습니다. 새벽 서너시에 잠을 깹니다. 그러면 200명 학생앞에 서서 내가 너희들의 교수이다 선생이다라는 말을 할수있을지 .. 도저히 그 말을 지금처럼 떳떳하게 하기 어려울것이라는 걱정에 그냥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몇몇 선배교수님들께서는 그리 걱정이 되면 배선생이 기운을 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의과대학을 이끌어 정부의 지원을 확약받고 이끌어내어 우리의대에서 학생들을 선배된 마음과 책임감으로 잘 이끌어보라고 하십니다. 깊은 고민을 했지만 제 결론은 지금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해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것이였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는 작지만 국립대학입니다. 자유스러운 학풍, 민주적의사결정이 보장되는곳이라는 것을 스스로 믿고 자랑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증원사태에서 총장의 불통은 뒤로 하더라도, 교무회의나 교수평의회 그리고 대학평의회의 태도는 총장의 불통보다 제게는 더 충격이였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 땡볕에 학생들이 그렇게도 증원을 재고해달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는데도 어떻게 국립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이 그런 불의에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않고 총장편을 드는것인지요? RISE사업으로 그리고 정치적입지를 위해 도지사와 총장이 한 몸이 되는것을 보고도 교수들이 반대를 안한다면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는 어디로 가는것인가요? 총장의 재심의요청, 교육부의 재심의지도 그리고 정원 5%의 삭감이 있을테고 정부가 밀어부치는데 반대하면 미운털박히니 복잡하게 회의 반복하지말고 그냥 통과시키자구요? 80년대에 신군부에 저항하던 386세대가 지금의 대학의사결정기구의 중추입니다. 그때의 민주화열망과 독재에 대한 저항의식은 어디다 버리셨는지요? 정부의 일방추진이 있더라도 단 한번의 부결, 단 한번의 학내의견 표출이 그리도 어려우셨는지요. 저에게는 늘 기쁨이 되었던 캠퍼스가 이제 아침에 출근을 할 때마다 대학본부 쪽을 바라보면은 가슴이 너무 갑갑하고 견디기가 힘듭니다. 이런 결정을 만들어낸 교수님들과 한지봉 아래에서 한식구로 살아가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막아내지 못한 못난 선생입니다. 지역의 중환을 진료하여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꿈과 성실하고 똑똑한 의대생과 전공의를 잘 지도하여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의사로 키우겠다는 제 꿈은 이미 박살이 났습니다.
저의 이런 미련한 결정으로 혼란을 겪으실 제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깊이 송구한 마음입니다. 진료에 어려움이 없으시도록 잘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도록 정부에 목소리를 내주시긴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에 있습니다.
저는 2월 말부터 이 싸움을 시작할 때 진심으로 직을 걸고 싸움을 시작해왔고 지금까지 싸워왔습니다. 이 후회 하게 될지도 모르던 결정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제게는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왜 이렇게 그릇이 작을까? 나는 왜 이렇게 낯이 두껍지 못할까? 난 왜 이렇게 강건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늘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제 결정을 바꾸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도 제 앞길이 어떻게 될지 확신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꿈만 같이 이 사태가 해결이 된다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게 될지 아니면 그대로 그저 제 인생을 살아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선가 제가 또 쓰임새가 있을 곳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곳을 잘 찾고 또 그곳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제 결정으로 실망하시게 되실 여러 동료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보여 주셨던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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