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4배 늘어난 충북의대…'정원 조정' 놓고 교수·총장·도지사까지 아수라장

말 바꾸는 충북대 총장, 100% 증원해야한다는 도지사…'총선용'이라는 명백한 근거 "증원 숫자놀음 멈춰야"

충북대병원 전경. 사진=충북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에서 의대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충북의대가 정원 조정을 놓고 의대 교수와 총장, 도지사까지 개입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기존 49명에서 151명이 증가하면서 2025학년도 신입생은 기존 정원의 4배에 달하는 2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정해 각 의대가 자율적으로 증원분의 50~100%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현재 정원 조정을 놓고 고심 중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 총장은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대 증원은 낙후한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다시 안 올 기회"라며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할 자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틀 후인 18일 고 총장은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제주대 등 5개 국립대 총장과 함께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의 경우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대학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그리고 19일 정부는 "대학 총장의 충정 어린 건의를 적극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며 자율 모집을 허용했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도 전공의 복귀는커녕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중단되지 않는 상황이다. 

충북대의 경우, 현재 충북의대 교수들이 50% 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면서 충북대 총장과 맞부딪히고 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까지 참전해 충북지역 정원 300명은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김 지사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대 정원 문제는 충북대(청주)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충주)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며 "애초 발표됐던 충북의 의대정원 300명 배정은 최소한의 조치이므로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100%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충북도 소재 의대 총장에게 100% 증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 충북도지사와 면담에서 의대 증원 불가 입장을 밝히며 대치했던 배장환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심장내과 교수)는 충북의대 정원을 둔 갈등에 분통을 터뜨렸다.

배 위원장은 "2023년 10월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흘러나오던 의대 증원 숫자는 1000명 이상이었다. 그러다가 3~4개월도 안돼 2000명이 됐다"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2000이라는 숫자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총장들이 의대생의 유급이 닥치고, 신입생 거대 증원이 임상실습 등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허겁지겁 2025년 신입생만 일시 감원해 달라고 정부에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장이 50~100% 안을 내자마자 이제는 다시 도지사가 나선다. 충북은 열악한 의료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100% 증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 모두 수련기관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 이제 예비타당성 조사 중인 충북대 충주 분원에 수련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배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총선용' 포퓰리즘이었음이 확실해졌다며, 이제는 지역대학혁신사업 (RISE)으로 경제적 공동체가 된 시도지사와 총장의 치적사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장은 50~100%, 도지사는 100%를 주장한다. 충북대 총장은 200명 증원이 안 되면 충북 의료가 무너질 듯이 난리를 피우더니, 이제는 증원분의 50~100% 이야기를 꺼낸다. 또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제는 충북도지사가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이는 이유가 뭔지 너무나 궁금하다"며 "의대 증원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사안이 이토록 정치화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배 위원장은 "도지사조차 충북 사람들이 충북 의료기관을 더 이용하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나 강화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충북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질환도 모두 경인 지방으로 가도록 해둔 채, 충북의대를 증원해봐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면서 의대 증원만 이야기하는 도지사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교수비대위의 입장에 대해 그는 "근거 없는 숫자놀음을 멈춰달라. 그리고 학교와 병원에서 내몰린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할 방안을 모색해 도민들의 의료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고, 학생과 전공의가 본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의대 증원 문제는 대통령실 산하에 의사추계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추계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을 해야 한다. 그 추계는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필요한 무제한 의료이용을 제한하고,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의 결정 주체가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의사가 되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바탕으로 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그 연구 1~2년 동안 필수 의료, 지역 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 의지를 가진 젊은 의사들과 그 의사들을 키워낸 중장년층의 의사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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