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보건의료정책, 키워드만 있고 구체적 이행 계획과 실천 방안 부족"

서울대 경제학과 홍순철 교수 "방향성은 비용-효과성과 효율성…필수·공공의료 강화 반드시 수행돼야"

서울대학교 홍석철 경제학부 교수. 사진=한국보건의료포럼 실시간 온라인 세미나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키워드만 보기 좋게 나열돼 있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실천 방안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의료 정책의 비용-효율성에 치우쳐 자칫 의료의 보편성과 공공성이라는 부분에서 균형감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료계 주요 이슈인 필수·공공의료 강화 대책에 있어선 의료인력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가정책만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는 의견도 공감대를 얻었다. 

한국보건의료포럼(대표 강청희)은 20일 오후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은 효율성…"공공성과 균형점 찾아야"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 홍석철 경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수를 줬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나 필수·공공의료 강화 대책 등 당면한 과제가 많지만, 국정과제에 이 같은 키워드를 나열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보건의료 분야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홍 교수가 바라본 새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은 한마디로 지출과 투자의 비용-효과성 개선이다. 감염병 위기 지속, 인구고령화, 급증하는 의료비, 비효율적 의료 비용, 지역 편차와 필수 의료 공백 확대 등 직면한 보건의료 현안에 맞서 비용 대비 효과를 개선해 보건의료 효율성 자체를 제고하려는 그림이 모든 정책의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키워드를 정리하면 과학방역, 빅데이터 활용 등 근거 기반 의사결정, 비대면진료 확대 등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규제 재설계가 새 정책 흐름 중 눈에 띈다"며 "특히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과 필수의료 집중 등 정책을 고려했을 때 정부 정책 방향은 효율성 제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이 강조되다 보면 의료의 보편성과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간과될 수 있다. 의료의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정책 방향이 균형있게 나아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보 지속가능성 위기상황 비해 정책 중요성 떨어져…구체성 놓고 전문가 의견 갈려

구체적인 제언도 잇따랐다. 우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위기의 중대성에 비해 국정과제가 미흡하다는 게 홍 교수의 판단이다. 향후 5년 전후로 건보 재정 위기 직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의 중요성이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빠른 인구 고령화와 급증하는 만성질환율, 코로나 미충족 의료이용 실현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건보 재정 문제는 풍전등화다. 특히 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더해지면서 지속가능성 이슈는 더욱 커질 것이지만 이에 비해 정부가 바라보는 이 문제의 심각성은 다소 가벼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 의료비와 의료 이용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급여 의료이용이 바람직한 수준인지, 도덕적 해이나 유인수요 문제는 없는지 등 면밀히 따져야 할 것들이 많다"며 "구체적 검토를 거쳐 빠르게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건보 정책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홍 교수는 가성비가 낮은 저가치 의료이용(low-value care)의 경우 본인부담 및 수가 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한 국가들이 의료지출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총액제, 연간공제(annual deductible) 등의 시범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패널들 사이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명암이 갈렸다.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보다 보건의료정책에 있어 구체성이 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나 세밀함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큰 방향을 정해놓고 다양한 방법을 그 안에서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좀 더 열린 정책적 전략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 교수는 "홍 교수의 문제의식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국정과제가 추상적이라서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된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향후 윤석열 정부의 과제를 평가할 수 있다"며 "실행의지, 능력, 주체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방역을 약속했지만 근거를 생성하기 위한 정책은 없고 '집단지성'도 과학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


시장 실패 보완 위한 필수·공공의료 강화 반드시 수행돼야…의료인력 확충 노력도

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있어선 '공공정책수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홍 교수는 "현재 의료 공급은 높은 수준이지만 지역별 의료 인프라와 건강 편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시설과 인력도 부족하다"며 "이 문제는 전형적인 시장실패 문제로 정부 개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보상체계를 개편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방향으로 적절하다"며 "공공정책수가는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료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보상체계다. 단순히 감염병 관리, 응급의료 등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에도 적극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공공정책수가는 중장기적으로 의료자원 재배분에 영향을 줬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영상의학과가 저조한 지원으로 고통받아 왔지만 수가 조정으로 인기과로 부상한 적이 있고, 미국의 경우도 수가와 제도 변화에 따른 의사 수입과 의사공급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공공정책수가의 목적은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을 모두 건보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공성 기여 평가에 따라 재정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의료인력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가정책만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과학적 역학-사회경제적 비용 함께 고려돼야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대응에 있어선 근거 기반의 선별적 거리두기가 강조됐다. 또한 디지털 의료 혁신 정책도 최대한 빨리 구체적이고 실질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도 이어졌다.   

홍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낮아진 거리두기 수용도와 경기침체로 인해 거리두기 재개 시 막대한 비용 초래가 예상된다. 거리두기 재개로 인한 피해 보상이 이뤄질 경우 정부의 책임이 커질 것"이라며 "과학방역은 역학적 편익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거리두기를 재개하더라도 획일적 적용보단 근거 기반의 선별적 거리두기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일상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일상회복을 위한 준비와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며 "미래 감염병 위기 반복을 대비해 일상적인 위험관리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의료 혁신 부분에 대해 홍 교수는 "닥터나우의 사례처럼 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 왜곡과 비용을 초래시키고 있다. 신규 기술과 서비스 도입의 비용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해 발표해야 한다"며 "신규 기술 시장의 성패는 참여자들의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결정된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과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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