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성과 도취하다 백신확보 골든타임 놓쳐...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먼저"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구매 계약만으로 백신 확보 아냐...백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안전성 감시 필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정부여당이 빠른 검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K-방역'의 성공을 높이 자평해왔으나, 최근 하루 10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안전성' 확인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선구매와 현황 조사에 소홀해왔는데, 이는 신종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전국민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이 필요한데, 한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민 절반은 커녕 의료진,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까지도 백신을 맞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18일 최근 정부가 심의·의결한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계획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 1000만도즈, 화이자 1000만도즈, 모더나 1000만도즈, 얀센 400만도즈 등 최대 4400만명분의 해외 개발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사실상 계약을 차질없이 진행해 확보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4400만명분 중 이번주 중 모더나 백신은 미국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미국 전국민의 접종이 완료되지 전까지 반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국, 미국 등에서 허가를 받은 화이자 백신 역시 10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백신은 유통시 -70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국내 유통이 가능할지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선구매 계약을 빠르게 진행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당초 내년 2~3월에 1000만명분을 들여오기로 했으나 최근 생산공정 오류로 인한 임상 재진행 등으로 인해 허가가 지연되면서 상반기 안에 공급될지 미지수인 실정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분석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백신 구매 계약하는 것만으로 '확보됐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백신 선구매 계약을 시작으로, 임상단계 검증, 대량 생산, 유통 등을 거쳐 실접종까지 이뤄져야 백신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유투브 생중계 갈무리.

임상이 지연될 수도 있으며, 당초 계획했던 양보다 적게 생산되거나 중증 이상반응으로 접종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해도 국내에 백신별 적정 온도로 운송하는 체계가 부실하다면 실접종까지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선구매마저도 전국민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캐나다, 유럽, 미국, 영국 등은 전인구의 2~4배 물량을 확보했다. 항체형성 후 지속기간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홍콩과 일본, 뉴질랜드도 전국민 접종 분량에 대해 선구매 계약을 마쳤으나, 우리나라는 4400만명분으로 88%에 그친다. 이마저도 정량이 다 들어올 수 있을지, 또 그 시기가 언제쯤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으로 우리나라는 백신이 아예 확보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르면 내년 3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직 임상도 마치지 않았고 추가 임상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실접종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K-방역 성공'에 자화자찬하다가 백신 공급 시기를 놓치면서 종식을 늦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최근 임시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한 데 이어 민주당이 전국민 항체검사를 도입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지금 시급한 것은 검사가 아니다. 환자 발생 줄여서 중환자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고,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신 선구매가 늦어진 이유로 정부가 '안전성 검증' 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지금과 같은 신종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판단이었다"면서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이 10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팬데믹에서는 전통적인 백신전략을 유지할 수 없다. 가급적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고, 빠르게 검증한 다음 접종 후 안전성 감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사진 =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유투브 생중계 갈무리.

김 교수는 "최근 연달아 하루 1000명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말처럼 다 다른 나라의 백신 안전성 정보를 모두 확인한 후 물량을 확보해 접종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말이다. 이미 벌써 영국을 비롯해 타국에서 수십만명이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자연히 접할 수 있는만큼, 일단 백신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미착용 등 코로나19를 경시하는듯한 행동으로 많은 비판을 샀다. 그러나 코로나 초기에 '초고속작전'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뚝심과 리더십이 재평가되고 있다"면서 "초고속작전에 따르면 100억달러 들여서 내년1월부터 3억개의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등이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내년초 실접종에 이어 집단면역이 발생해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체 백신 개발도 요원한 상황이다. 제넥신, 국제백신연구소,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지 임상1상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사에 의한 백신 개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국내사들의 연구개발 역량 부족도 있지만, 신종플루 당시 정부의 불이익과 징계 등의 사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당시 국내 백신제약사가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질병관리청도 적극적으로 백신을 구하러 다녀 대량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0월 의료진들을 접종을 마쳤으나 12월 유행이 종식되자 백신 재고가 남았고, 정부에서는 백신회사들에게 반품 물량을 보내고 비용을 회수했다. 담당 공무원은 징계를 받았다"면서 "팬데믹 종식에 기여해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있어 국내사들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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