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공공성 강조하는 필수의료,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법적 소송 위험만…

[칼럼] 이상호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살릴 방안 있나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전공 지원자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소위 '내외산소'로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이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진단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①의무와 공공성 강조하는 필수의료,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법적 소송 위험만…

[메디게이트뉴스] 2021년 전국의 전공의 지원현황을 보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정원의 30% 대로 떨어졌다. 166명 정원에 56명만이 지원을 했다.

물론 소아청소년과의 현상만은 아니다. 흉부외과도 40%대이며, 외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전공의 충원비율을 높이기 위한 눈속임으로 분모인 전공의 모집 정원을 줄여버린 상태에서도 70%정도이다.

정부의 포퓰리즘적 의료정책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이다. 소아청소년과와 외과의 문제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아외과의 경우는 최악의 상황이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49명으로, 선진국에 비해 3배에서 많게는 10배 정도 부족하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의 고령화된 평균 나이를 감안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의과대학이지만 우리와 우리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의사들을 걱정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강제적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한 가격통제로 민간에서 공공의료를 원가이하로 제공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의대나 공공성을 더 강조하면 할수록 의료는 더욱 왜곡될 뿐이다. 

예비의사들의 입장에서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를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는 직업의 안정성이 없다. 현재의 의료제도로 국가가 필수의료에 대한 의무와 공공성만 강요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으면 병원 입장에서 손해만 보는 의사를 고용할 리가 없고, 설사 고용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항상 병원 경영자의 눈치를 봐야할 뿐이다. 이국종 교수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개원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필수 의료의 경우 현재의 상황에서 개원한 의원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둘째는 법적 안정성의 부재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보다보면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판 결과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판결들이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의사의 법정 구속(악의적 형사범이나 중과실의 경우는 제외)이다.

의사가 좋은 의도로 환자를 치료하다 결과가 나쁜 경우 교도소에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충분히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 사고를 형사소송을 통해 의사를 압박하고 이것이 구속으로 연결되거나 고액의 합의금 요구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자연적으로 필수의료 지원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알고 있다. 우선은 이러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을 하지 않으면 된다. 두 번째는 성공률이 낮은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다.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나 수술을 아예 미리 포기하는 경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은 낮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의사들에 대한 일방적 도덕성 요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자존감의 상실이다. 지금 현 상태에서 공공의대를 만들어 졸업생에게 필수의료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지금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있는 의사의 경우 시간이 지나 자신의 일이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돼있다면 그 보람이나 가치를 과연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외과 전문의인 필자는 미래 어느 날 손자가 “할아버지는 공부를 못해서 공공재 외과 의사를 하셨나요?”라고 묻는 상상을 하면 쓴 웃음이 나온다. 
 
여태껏 의료에 관한 정부의 행태는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풀기’였다.  

1970년대 후반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 관행수가의 50% 정도로 시작하면서 전 국민으로 의료보험이 확대 되면 수가를 재조정 할 듯이 의료계를 달래놓고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 시행할 당시 수가 인상 이야기는 없었다. 요양병원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때 민간에게 달콤한 수가로 너도나도 요양병원을 만들도록 유혹했다. 어느 정도 공급이 됐다고 확신이 든 정부는 삭감과 각종 규제로 행패를 부린다. 

정부에 묻고 싶다. 진정 무엇을 위한 의료정책인가? 의료정책은 전문가인 현장의 의사와 상의하지 않으면 100번 만들어 봐야 100번 실패이다. 일부 편협한 사고로 의료정책만 연구하는 교수들의 책상에서 나온 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의 의료를 제대로 개선할 수 없다. 

필수의료와 공공의료를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의료계가 주장하는 필수의료 중심의 건강보험 적용개선 방향에 귀를 기울이고, 불필요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또한 국립병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의대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국립병원에 대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지원을 통해 기존의 인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한 주장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과 의사들 사이를 더 이상 이간질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신뢰가 무너진 의료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술실내 CCTV 설치 법안 같은 경우는 무너져버린 외과를 짓밟아 버리는 2차 가해행위와도 같다.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파쇼적 정책임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들 앞에 그 죄 값을 어찌 치르려는지 의문이다.

일부 소수 의사들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는 전문성과 도덕성이 갖춰진 의료공급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면허관리국을 신설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힘든 상황에서 최전방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사들이 당신들의 주장과 다르다고 그리도 못마땅한가? 이제라도 표를 위한 정치가 아니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자 한다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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