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를 먼저 예측하고 대처할 수는 없을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의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쟁 중 꼭 필요한 방어 무기는 백신이다. 백신을 맞아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으면 봉쇄조치와 일상생활의 제약이 풀릴 수 없다. 지난 2월 26일 국내 첫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종전(終戰)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이어 주말(27~28일)에도 전국에서 백신 접종이 이어졌다. 4일 현재까지 15만명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는데, 우리가 가진 의료 인프라와 역량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매년 수천만명에게 맞히는 인플루엔자 접종 속도와 비교해보면 감이 온다. 지난해 10월 19일부터 시작된 만 70세 이상 독감 예방접종 대상자 가운데 329만 5869명이 이틀 만에 접종을 완료했다. 하루 20만명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면 4000만명이 접종을 끝내는데 200일이 걸린다. 열흘 늦어져도 10월 1일 전에는 가능하다는 산술적인 계산이다. 하루 20만명은 7개월에 집단면역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접종이다. 집단면역을 앞당기려면 초반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문제는 초기 공급이다. 앞으로 공급이 크게 더 늘어나면 7개월은 달성 가능할 목표일 것 같다.

우리의 종전 계획과는 달리 코로나의 생존 계획은 적당한 '변이'다. 지난 2월 17일자 보고에 의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공통점인 'E484K 변이'를 가진 또 다른 변이체(B.1.525)가 다른 대륙인 유럽·북미·아프리카·중동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덴마크(35건), 영국(33건), 나이지리아(12건), 미국(10건), 프랑스(5건), 가나(4건), 캐나다(3건), 호주(2건), 요르단(2건), 벨기에(1건), 스페인(1건) 등 유럽·북미·아프리카·중동의 11개국에서 108건의 B.1.525 유전체 염기서열(게놈 시퀀스)이 등록됐다. 지난해 12월 5일 첫 보고가 이뤄진 이후 2개월여만이다. B.1.525 변이는 E484K외에도 Q677H과 F888L가 나타났고 영국 변이 바이러스(B.1.1.7)에 존재하는 아미노산 결실(deletion)도 존재한다.

영국 변이(B.1.1.7)에는 없고 남아공 변이(B.1.351)와 브라질 변이(B.1.1.28.2) 바이러스에는 있는 E484K 변이는 무엇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킬 때 관문이자 교두보 역할을 하는 사람 세포의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에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1273개 아미노산 가운데 484번째가 글루타믹산(E)에서 라이신(K)으로 바뀌었다. E484K가 특별한 것은 음성 아미노산(E484)이 양성(K484)으로 확 바뀌었기에 'receptor-binding domain(RBD)' 도메인의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왜 E484K 변이를 염려하는가? 이 변이는 코로나19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의 혈청 등과 반응시킨 실험에서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항체의 중화 효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키운다. 이런 변이들이 누적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모양·구조가 달라질수록 백신 접종으로 유도된 사람의 항체나 제약사가 제작해 직접 투여한 항체(항체치료제)가 단단하게 달라붙지 못하기에 백신이나 항체의 중화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살펴본다. 하버드의 Alejandro Balazs 연구 팀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텍 mRNA 백신(BNT162b2)에 대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중화항체 형성 정도를 확인해본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체적으로 D614G, B.1.1.7(영국), B.1.429(캘리포니아) 변이에 대해서는 중화항체가 잘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B.1.1.298(덴마크)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백신 내성이 조금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염려되는 브라질 변이 P.1, P.2 바이러스는 모두 백신 내성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남아공 변이(B.1.351)다. 이미 현지 임상 실험에서 보였듯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중화항체가 거의 생기지 않고 화이자 백신에도 낮은 중화항체 형성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화이자 백신도 남아공 변이에는 예방 효과가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 전문가들은 백신이 남아프리카/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감염 예방 효과는 낮아질 수는 있지만 감염시 중증환자로 진행되는 것은 충분히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래도 희망이 담긴 전망을 하고 있다.

오랜 HIV 바이러스 연구로 유명한 미국 콜럼비아 대학 David Ho 연구팀은 B.1.1.7(영국) 와 B.1.351(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단일 항체 치료제,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에서 분리된 혈장(convalescent plasma), 모더나 혹은 화이자 mRNA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서 분리된 .

Ho 교수팀은 B.1.1.7와 비교해 볼 때 B.1.351 변이 바이러스가 대부분의 단일 항체 치료제들에 저항성을 보였다.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로 부터 분리된 혈청의 중화기능을 크게 낮춘 것으로 보고했다. 즉 B.1.351 변이 바이러스는 환자 혈청(convalescent plasma)에 대한 중화기능을 9.4배 낮췄고 화이자와 모더나 mRNA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서 분리된 혈청의 중화 기능을 10.3배와 12.4배로 낮춘 것으로 보고했다. 이렇게 항체의 중화 기능을 낮추는 원인은 남아공 변이에 존재하는 E484K 변이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B.1.351 변이 바이러스가 치료 항체들의 치료 기능을 크게 낮출 수 있고 mRNA 백신으로 유도되는 항체의 중화기능을 손상시킴으로 백신의 효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높은 mRNA 백신의 효능은 물론 이 보다 낮은 효능을 갖고 있는 다른 백신들의 효능도 더 심각하게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변이에 대한 항체의 연구 예는 더 우려된다. 다국적 제약사 릴리(Lily)의 밤라니비맙(Bamlanivimab, LY-CoV555)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사용 승인한 첫 번째 항체 치료제이다. 하지만 B.1.351(남아공) 변이에는 맥을 못 쳤다. 그런 것을 예상했기에 릴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앱셀레라(AbCellera)는 자신들의 항체가 바이러스에 99% 효과가 있을 때 새로운 변이에 반응할 수 있는 중성 항체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연구 제조해 생산했다. 그러나 조합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만든 항체인 에테세비맙(Etesevimab)도 남아공 변이가 빠져나갔다. 이런 현상을 보면 정말 항체와 코로나19는 노는 물이 다른 것 같다. 

어떻게 치료 위험(Therapeutic Risk)을 줄일 것인가? 리제네론(Regeneron)은 시작부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항체 조합을 선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 치료제를 상용화한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카시리비맙(Casirivimab)과 임데비맙(Imdevimab)은 미국 FDA가 지난해 11월에 긴급 사용 승인한 두 번째 항체 치료제다. 리제네론의 칵테일 항체 카시리비맙은 남아공 변이에 59배 낮았지만 임데미밥은 영국, 남아공 두 변이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칵테일항체의 판매는 고작 미국 연방정부가 120만 도즈를 구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미미하다.

전체적으로 치료 항체를 살펴보면 릴리, 리제네론, 셀트리온 등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들로부터 중화항체들을 먼저 분리해 후보물질을 선택했다. 적이 새롭게 변해 공격을 해올 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상의 방어는 새로운 방어법이다. 1년 전 설계돼 제작을 완성한 방어무기로 현재의 공격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곧 승인을 얻게 될 Vir의 'conservation strategy'는 Covid-1과 -2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에피토프(epitope)를 선택한 차이점이 특이하다. 그러기에 Vir-7831은 영국 변이에는 조금만 약하고 남아공 변이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떻게 비어 항체는 E484K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가? 비어는 항체의 'Fc region'을 엔지니어링해 항체의 반감기를 조절하면서 한편 CD8 포지티브한 T세포를 더 저항성이 높도록 만드는 기술을 적용하였다. 이것이 항체 치료제의 정답일까?

이런 유사한 전략으로 펩타이드를 사용해 강한 'T 세포' 면역 작용을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지금 2개의 다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후천적으로 적응된 면역 반응(Adaptive or acquired immune response)의 특성을 치료에 이용함에 따라 바이러스 항원을 한번 인지한 T-세포는 그 인지 기능을 기억할 수 있어 장기적인 치료 효능과 바이러스 억제 효능도 함께 기대할 수 있기에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면 코로나 변이를 먼저 예측하고 대처할 수는 없는가? 이런 가능성에 대해 2월 15일자 바이오센츄리(BioCentury)에 'How COVID-19 drug developers can stay ahead of viral variants?'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Vir의 conservation strategy 전략과 같이 아미노산 배열이 매우 잘 보전된 부분을 타겟으로 정한 전략이 여러 바이러스 변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더 좋았다. 그래도 바이러스의 회피 전략인 변이에 대해 회사가 보유한 항체나 백신에 저항 능력을 빠르게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수의학과 Fang Li 교수 연구팀이 'Receptor recognition by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An analysis based on decade-long structural studies of SARS'라는 논문을 작년 1월 29일 . 먼저 SARS-CoV-2에 존재하는 ‘receptor-binding motif(RBM)’와 그들이 연구해온 SARS-CoV-1의 RBM과 염기서열 상으로 거의 76% 비슷하기에 SARS-CoV-2가 ACE2를 기능적인 수용체 단백질로 사용한다고 결론 지었다. 이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바이러스 구조 연구를 통해 사스의 RBM 가운데 아미노산(442, 472, 479, 480, 487번)이 hotspot-31을 구성해 ACE2를 결합하는데 중요한 아미노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진: 'Receptor recognition by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An analysis based on decade-long structural studies of SARS' 논문의 그림3 A(자료=Journal of Virology).

필자의 관심을 끄는 논문의 그림3 A를 보면 SARS-CoV-1, Civet-SAR, Bat-SAR와 SARS-CoV-2의 RBD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그 중에서도 핑크는 RBM이다. 아미노산 밑의 Asterisks(*)은 ‘conservation strategy’로 하나의 아미노산으로 유지됐다. Colons(:)은 비슷한 구조로 유지된 부분이고 Periods(.)는 약하게 구조가 유지됐고 아무 표시가 없는 아미노산 부분은 구조 유지가 아주 약하다.

남아공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첫 주요 변이인 N501Y를 포함해 수용체결합영역의 K417N, E484K가 존재한다. ‘N501Y’는 Periods(.)이기에 구조 유지가 아주 약한 부분이고 K417N과 E484K 변이는 아무것도 표시가 되지 않은 아미노산이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RBM에서 Asterisks(*)으로 연결된 부분을 ‘conservation strategy’로 항체나 백신을 제작하는 타겟으로 삼으면 변이에 적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RBM구조 유지에 결정적이지 않은 부분인 N501Y, K417N/S E484K 변이가 자연적으로 먼저 생기는 것을 보면 이런 ‘Periods(.)’나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아미노산이 변이를 먼저 일으킬 부분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아무리 AI를 가지고 바이러스의 변이를 미리 예측한다 할지라도 대처가 되는가? 그것이 바이러스의 생존을 차단하는 인간의 미리 예측해 비밀병기가 되기는 무척 힘들 것이다.

대한민국의 종전 계획은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에 정부가 얄밉게 ‘묻지마 닥치고 맞아’의 ‘묻닥맞’이라고 해도 따라가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역시 ‘그것 봐 일찍 좀 준비하지’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V-Day’가 빨리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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