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수요조사, 의학계가 교육부에 건의했다…웃지만은 못하는 의대 내부 사정?

정원 확대 따른 교수 확충·인프라 투자 확대 등 의대별 사정 달라…미니의대 활용은 '의견 분분'

정부가 전국의대 수요조사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요조사 시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26일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전국 의대 수요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요조사 시행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수요조사를 통해 개별 의대 증원 여력과 수요, 교육 역량 등을 판단하고 증원 여력이 있는 의대는 2025학년도에 선제적으로 정원을 늘리는 한편, 대학 사정에 따라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정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수요조사가 자칫 주관적인 수요에 따라 정원 규모가 결정될 수 있어 정책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 의대 수요조사는 갑자기 어떻게 증원 규모를 결정 짓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일까. 

27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주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학계와 의대 정원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증원 규모와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의대 수요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의학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와 논의 자리에서 정부가 규모를 결정해서 내려보내는 탑다운 방식이 아닌 의대 현장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결정하자는 건의가 나왔다"며 "현재 국립대, 사립대, 지방, 수도권 의대별로도 입장이 나뉘고 있기 때문에 수요조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요조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의대별로도 의대 정원 규모를 놓고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현재 각 의대 학장들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 증원이 이뤄지다 보면 오히려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인력이나 교육 인프라 등 투자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서남의대가 폐교했을 당시 주변 원광의대와 전북의대가 서남의대 정원을 수용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전북대는 기존 110명 정원에서 32명이 늘어나 142명이 됐는데, 당시 교원과 강의실 등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 지방의대 관계자는 "현재 의대 학장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의대 입장에서도 무작정 정원을 늘리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설확장이나 인력 충원 여력, 교육의 질 등 여러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규모 측면에서 의대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제는 사립의대 정원 확대다. 국립대병원은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지원이라도 가능하지만 사립의대는 재단에서 즉각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지수기 때문이다. 만약 정원 확대는 이뤄졌는데, 재단 측에서 의대에 즉각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부실의대 논란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신찬수 이사장은 "국립대는 정부 지원이 가능하지만 사립대가 문제다. 사립대들은 재단에서 즉각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지가 정원 확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의대 등록금을 걷어선 교육비용의 50%도 충당이 안 된다.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 인프라 확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도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부수적인 정부 지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의대 교육 현장에서 교육난이 발생하고 양질의 교육이 담보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원 50명 미만 미니의대를 활용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희철 이사장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나 세계의학교육연맹(GAME)에서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의대생 수가 80명 정도 되는 것이 의대 교육에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교수나 교육 인프라 대비 40명은 좀 적고 80명 정도가 적정 규모라는 뜻"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고려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40명 정원 의대는 40명 정도 교육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 이를 갑자기 2배 늘리면 교육의 질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큰 규모 의대에서 40명 늘리는 것과 소규모 의대에서 늘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우려했다. 

신찬수 이사장도 "정부에선 전문가가 미니의대 활용안을 건의했다고 하는데, 미니의대들의 희망사항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늘리기도 해야 하지만 줄여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라며 "8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40명으로 원복됐을 때를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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