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코로나19 회복 4일 단축, 중환자실·산소 등 의료자원 비축 효과

오명돈 교수,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 가능한 국가 시스템 중요, 후속 약물 개발도 기대"

자료=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에볼라 치료제로 쓰이던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치료제로 정식으로 인정받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특례수입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중앙임상위원장)는 최근 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뉴스레터 기고를 통해 렘데시비르가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게 된 경과와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가 주도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군을 10일간 투여했다. 그 결과 위약군에 비해 렘데시비르 치료군에서 회복시간이 15일에서 11일로 31% 단축됐다. 

이번 연구는 전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다기관 임상 시험이다. 미국에서 45개 의료기관, 유럽과 아시아에서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렘데시비르를 중 증환자(산소포화도<94%, 산소 치료 필요)들에게 긴급사용허가를 승인했다. 이 연구 결과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오 교수는 “이렇게 많은 기관이 공동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2월 21일에 환자 등록을 개시한 지 2달만에 10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라며 “임상시험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은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오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환자 상태 회복을 1차 치료 결과 평가항목으로 설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 상태는 ①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없음 ②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있음 +/- 집에서 산소 필요 ③입원함, 산소필요 없음 + 진료 필요 없음(격리가 필요해서 입원중인 사례) ④입원함, 산소치료 필요없음 +진료 필요함 (코로나19 관련 또는다른 의학적 상황으로) ⑤입원함, 산소 치료가 필요함 ⑥입원함, 비침습 호흡, 고유량 산소장치(highflow O2 devices) ⑦입원함, 기계호흡, 에크모(ECMO) ⑧사망 등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기준은 ⑤⑥⑦번 환자이며, 렘베시비어 치료 개시 후①②③에 도달하면 회복으로 정의해 연구결과를 얻었다. 

오 교수는 “회복된 환자는 퇴원이 가능하거나 입원해 있더라도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다. 이런 회복이 4일간 단축됐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 등 의료 자원이 그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라며 “의료 시설과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의미있는 효과”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14일 투약 이후의 치사율은 위약군에서 11.9%, 렘데시비르군에서 7.1% 였으나, 그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오 교수는 “만일 치사율이 35% 감소되는 결과를 증명하려면 사망에 도달한 수가 최소 200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2000여명의 시험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라며 “이렇게 많은 환자를 임상시험에 모집하는 일은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연구 디자인 단계부터 치사율 감소는 1차 결과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에서 이번 연구와 비슷한 임상 시험이 수행됐다. 중국의 렘데시비르 임상 시험은 후베이성의 10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하지만 중국의 환자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목표 환자수의 절반 정도인 237명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다.

렘데시비르의 제조회사인 길리어드사가 지원하는 임상시험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이 임상시험의 디자인은 위약군을 두지 않고 5일치료군을 10일 치료군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이었다. 렘데시비르 5일 치료군과 10일 투여군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이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 위약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위약보다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는 한계를 가졌다.

오 교수는 “미국 NIH의 연구는 중국과 길리어드가 진행한 두 연구의 한계를 모두 극복해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를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라며 “특히 국가 연구기관이기에 치료 효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오 교수는 “이는 왜 공공기관이 임상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 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19 폭발적인 확산 시기에 임상시험이 이뤄진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오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많은 의료기관은 몰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연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고, 검체 채취 기구가 동이 나거나, 의료인들이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라며 “그런데도 임상시험을 수행해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역사에서도 첫 치료제가 나온 이후에 그 약물을 꾸준히 개선해 강력하고 안전한 많은 치료제가 개발됐다. 이번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RNA 복제를 막아 감염을 억제하는 기전의 제2세대, 제3세대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또한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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