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스캔을 통한 신경질환 환자 뇌와 의사의 대화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엄마 뱃속에서 자라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먼저 엄마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배고플 때 먼저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반응이 늦으면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알아차리고 젖을 주면 울음을 그치고 먹는 것에 집중한다. 점점 자라면서 엄마를 넘어 아빠와 다른 가족들과의 대화가 연결된다. 그러나 개발 물질의 전임상 독성실험의 경우에는 대화가 불가능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므로 연구자가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동물이 아파요, 실험약이 내 몸을 힘들게 만들고 있어요,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동물의 행동이나 외형적인 상태를 가지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월 15일 새로운 을 발표했다. 현재 증상을 늦추는 약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아주 초기의 퇴행성 뇌신경질환 환자 대상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비록 사람의 뇌지만 초기 뇌신경질환 환자의 뇌는 실험 동물의 경우처럼 외부로 임상학적 병리학적 진행상황을 알리지 못하는 상태다. FDA는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장기간의 약물투약에 따라 인지기능 지표가 향상돼야 함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에서의 신약개발이 오랫동안 연달아 실패하면서 글로벌파마의 임상개발도 점점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옮겨지는 추세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들 초기 환자군에서 약물효능을 대변할 수 있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지닌 '바이오마커'를 제시하면 그것을 토대로 하여 임상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것이다.

FDA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영향을 주는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하기 위한 바이오마커가 부족한 실정을 지적하면서 한편 더 정확한 임상충족점(endpoint)이 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발굴 및 설정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환자의 바이오마커를 가지고 초기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라는 것이다.

뇌 질환에서 질환의 원인과 병태생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진단지표로서의 바이오마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장 주된 이유는 살아있는 인간 뇌(in vivo human brain)에 침습적인 직접 접근법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기능의 분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작은 병변이라도 중대한 정신적 또는 신체적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뇌 영상기술은 살아있는 뇌에 대해 비침습적으로 구조적, 기능적, 신경화학적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뇌질환의 병태생리에 기반한 바이오마커 발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몸 속의 생화학 변화를 영상화 할 수 있는 첨단 영상진단 기법이다. 대부분 질병은 해부학적인 형태 변화가 생기기 전에 기능적,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변화를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약제를 정맥주사로 체내에 투여해 PET으로 영상화 함으로써 각종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미세한 질병의 정보를 얻어내는 검사다.

양전자(positron)는 전자와 무게가 같으면서 양전하를 가진 입자이다. 양전자는 F-18이나 C-11과 같은 핵종에서 방출되며 방출 후 1㎜정도도 못 가서 주위의 전자를 만난다. 이들은 서로 결합하자 마자 511Kev의 에너지를 가지고 정반대(180도) 방향으로 방사되는 2개의 광자(photon)로 변형되면서 사라진다. 이때 방출되는 2개의 광자를 한쌍의 검출기를 통해 검출하는 것이 PET의 근본원리다.

양전자 방출핵종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고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며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F-18, C-11, N-13 등이다. 이 핵종들은 각기 110, 20, 10분의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비교적 높은 방사선량을 투여할 수 있고, 고화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반감기가 매우 짧으므로 PET를 시행하는 같은 장소, 예를 들어 병원에 설치되어야 한다.

올 초 FDA 개정안에 바이오마커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개발의 허들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에서 아밀로이드 PET 이미징 촬영으로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평가하고 있으며 임상1b상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했다.

지난 9월 18일에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라는 논문을 네덜란드와 스웨덴 공동연구팀이 발표했다.

'[18F]flortaucipir, AV1451'를 사용해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정확도가 높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 '타우 단백질' PET은 아밀로이드 PET이나 MRI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입증됐다. 진단의 관점에서 민감도(sensitivity)는 질병이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찾아 내는가에 대한 값이고, 특이도(specificity)는 정상을 얼마나 잘 찾아 내는가에 대한 값이다.

여러 치매 센터에서 총 719명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민감도와 특이도에서 두 다른 검증 방법에서 90/91%와 97/88%를 보였다. 1단계 선별 검진에서 정상과 인지저하 군으로 분류했는데, '타우 단백질' PET은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는 감지하지 못했다. 아마도 '타우 단백질' PET은 인지저하 상태가 아닌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에게 발견되는 '잘못접힌 타우(misfolded tau)'를 인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PET 스캔(scan)을 통해 초기 신경질환 환자 뇌와 의사의 대화가 많이 진전됐지만 아무래도 더 나은 대화법이 개발돼야 FDA의 소원대로 의사가 좀 더 환자의 상태와 약의 효과를 명확히 식별하게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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