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도 오류 인정한 '2035년 의사 2만7000명 부족' 보고서, 다시 계산해보니 3만4000명 과잉

2035년 의사임금을 2019년 수가로 계산 .. 인구 고령화도 반영 안 된 엉터리 보고서

[칼럼] 김영재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 윤리의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연일 언론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기사들을 보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다가올 의료공백에 대비해 하루 빨리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최근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바탕에는 2021년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연구보고서가 있다. 2035년에 의사 2만7000명이 부족할 예정이라는 것이 보사연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보고서'의 골자다.

하지만 해당 연구에는 오류가 많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 검토한 결과, 연구서에는 기본적인 곱셈과 나눗셈에서조차 오류가 있었다. 공의모는 지난 3월 보고서 통계 오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보사연은 이달 3일 통계 오류를 인정했다.

2035년 의사 수요 수치인 '전체 상대가치 업무량 점수'(의료수요수치)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사연은 공의모 측의 이의제기에 따라 2035년 의료수요수치를 약 2400억에서 1400억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의모의 지적 전까지 보사연은 2035년 의료수요수치를 2배 가까이 높게 추정했다.

이외에도 공의모는 오류를 지적하며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는데, 보사연은 공의모가 제시한 수치가 맞다며 공의모가 제시한 수치대로 보고서를 수정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공의모 블로그 참조) 하지만 보사연은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2035년 의사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보고서의 오류는 심각했다.

보사연 보고서의 데이터를 이용해 재계산하면 2035년 의사 수는 공급 과잉으로, 무려 3만4000명의 의사 수가 과잉된 것으로 계산된다. 보사연은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35년 2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공급 과잉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의사 1인당 업무량(활동의사 1인당 업무량 점수, 이하 의료공급수치)의 기준을 2019년도로 잡았기 때문이다. 보사연은 해당 수치가 매년 3.2%씩 증가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공급수치에 이용하는 '상대가치 점수' 계산에 '해당년도 연도말 기준의 수가를 적용'했다. 의료공급수치가 물가 인상과 함께 수가가 인상되면 같이 인상되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결국 의료공급수치(의사 1인당 업무량)를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는 것은 2019년부터 2035년까지 의료수가가 완전히 동결된 상황을 가정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기술 발전에 따른 업무 효율 증가도 무시했다. 2035년 의료 수요 계산에 2019년 의료 수가를 적용한 것이다. 2023년 연봉 협상에 2007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제시한 꼴과 같다. 통계를 이런식으로 적용하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를 감안하고, 즉 2035년까지 의료공급수치를 2011~2019년과 동일하게 연 3.2%씩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수치를 다시 계산해봤다. 2035년에는 의사가 8만8000명이면 충분해 3만4000명이 과잉 공급이 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필자도 2035년 의사가 이정도로 과잉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보사연이 인구고령화 조차 감안하지 않고 수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의료수요수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매년 6.5%씩 증가했다. 하지만 보사연은 2019년부터는 '전체 의료수요수치'가 연 3.37%밖에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인구고령화 때문에 의료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증가량이 오히려 감소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이는 공의모 측의 '의료 수요량 연 3.1% 증가는 불가능하다'는 질문에 보사연이 오류를 인정하고 상향 조정한 결과이기까지 하다.

응급실 여기저기를 떠돌다 적시에 치료를 못 받고 목숨을 잃는 환자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다수의 정치, 정부단체들이 의사 부족을 원인으로 제시하며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근거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오류가 없는 보고서를 찾기 힘들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연구를 짜깁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  

의사의 과잉 배출은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이어지고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의사가 부족할 수도 있으며 이 또한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 의료시스템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간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더욱 신중하고 면밀한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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