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보다 낮은 지원율…예방의학과 9%∙핵의학과 15%

무관심 속 지원자 예방의학과 3명∙핵의학과 4명 그쳐…전문의 취득 후 ‘일자리’가 문제

메디게이트뉴스 2023년 전공의 모집 결과 분석
①필수과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미달 여전...흉부외과 20%p·산부인과 10%p 상승
②빅5병원 전공의 모집 서울아산병원 '판정승'...필수과 미달 전무, 소아과도 경쟁
③'정신과', '마통과'도 전공의 모집 신흥 강자 떠올라…이유는?
④"서울권조차 소아청소년과 야간 당직 없다"...전공의 충원율 10%대로 추락 '충격'
⑤지원율 50%대 위기의 가정의학과…내과 수련단축에 필수의료 대책 배제 탓
⑥바닥 찍고 올라가는 흉부외과·산부인과 vs 최악의 소아청소년과, 엇갈린 명암
⑦상급종합병원도 전공의 지원 양극화....'분당서울대병원' 경쟁률 최고 '칠곡경북대' 최저
⑧응급의학과도 전공의 미달 속출...센터만 늘고 정작 응급의학과는 역할 축소

⑨소아과 보다 낮은 지원율...예방의학과 9%∙핵의학과 15%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필수과들의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온 예방의학과와 핵의학과도 올해 한자릿 수에 불과한 지원자 탓에 곤혹스런 모습이다.

16일 메디게이트뉴스가 2023년도 예방의학과, 핵의학과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던 주요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들을 조사한 결과, 두 과목을 통틀어 지원자 수가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3명’ 예방의학과…"질병 예방 중요성 커지지만 정책 지원 전무"

상황이 더욱 심각한 건 예방의학과였다. 예방의학과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던 26개 의과대학 및 보건대학원 중 19곳을 조사한 결과, 정원 35명에 전체 지원자 수는 3명(지원율 9%)에 그쳐 지원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실제 예방의학과는 지원자가 있는 학교의 수를 세는 게 더 빨랐다. 19개 기관 중 16곳에 지원자가 전무했고 정원을 채운 곳은 중앙의대(정원 1명∙지원자 1명)뿐이었다. 그나마 서울의대(정원 5명∙지원자 1명), 연세의대(정원 4명∙지원자 1명)에 각각 1명씩 지원자가 있었다.

예방의학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3년여 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까지 겹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주목도와는 별개로 전공의 지원자 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예방의학회 홍윤철 이사장은 예방의학 전공을 한 이후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지원자들의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이사장은 “앞으로 질병 대응의 사회에서 질병 예방의 사회로 넘어가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의학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그런 결과들이 쌓여 지금과 같은 저조한 지원율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보건과 의료에서 예방의학이 차지하는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 입장에선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나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가 보이지 않는 거다. 현재는 교수나 연구원 자리밖에 없는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보건소나 보건행정, 공공기관 등의 의료계획은 모두 예방적인 부분들이 많은데, 거기서 예방의학 전공자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확대되긴 커녕 줄어들고 있다”며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원자 ‘4명’ 핵의학과…"​보험제도 탓 일자리 줄고 핵의학 접할 기회도 적어"

핵의학과도 전공의 지원자 씨가 마르면서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20개 수련병원 조사 결과, 26명 정원에 4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15%에 그쳤다. 지원자가 0명인 곳이 16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빅5 가운데서도 서울아산병원(정원 2명∙지원자 1명)만이 유일하게 지원자가 있었고, 다른 모든 과에서 정원 이상의 지원자가 있었던 분당서울대병원은 핵의학과만 유일하게 지원자가 없어 미달을 기록했다.

이 외에 수도권에선 아주대병원(정원 1명∙지원자 1명), 지방에선 계명대동산병원(정원 1명∙지원자 1명), 전북대병원(정원 1명∙지원자 1명)만이 정원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대한핵의학회 강건욱 회장은 제도 상의 문제로 핵의학과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과목들에 비해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이 핵의학을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봤다.

강 회장은 “2010년대 초중반 무렵엔 PET 검사가 한창 증가하면서 일자리도 늘고, 핵의학과 전공의 자리도 경쟁이 치열했었다”며 “하지만 이후에 정부가 PET 검사에 대한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걸로 제도르 바꿨다. 특히 암 환자들 중 재발 위험성이 있지만 증상이 없으면 PET 검사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에 검사 건수가 반 토막났고, 병원들이 핵의학과 인력을 더 이상 뽑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이어 “MRI는 쉽게 찍을 수 있게 해줘서 보험 재정을 탕진하면서 오히려 암 환자가 자기 돈으로도 PET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또 “핵의학 분야가 의대생들에게 덜 알려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며 “핵의학 분야는 루타테라나, 플루빅토처럼 직접 암환자를 치료하는 방사선의약품이 출시되고 있고,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아밀로이드 PET 등도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자리가 계속 많아질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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