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의 몰락, 개원가에 불리한 의료전달체계와 상대가치제도 반드시 개선해야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 ⑫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
·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⑪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⑫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⑬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⑭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⑮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0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아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한사람의 의사로서, 그리고 5000여 내과 개원의를 대표하는 의사회의 회장으로서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대유행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 속에 몰아넣었고, 이러한 와중에 대한민국에서는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첩약급여화 시범 사업, 원격의료 확대 등 의료악을 철폐하기 위해 의료계의 집단휴진과 의대생들의 수업거부 투쟁이 펼쳐졌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모든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국민들로부터 '덕분에'라는 칭송을 받으며 그간의 부정적인 의사사회의 이미지를 불식시켰습니다. 그러나 뒤이은 의료계의 투쟁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집단 죽이기 프레임은 순식간에 의료계의 분열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각 또한 나쁜 상황으로 몰고 있습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대한의사협회장이라는 자리가 공보다 과가 더 드러나는 자리이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칭찬보다는 질책을 들어야 하는 자리이기에 자신의 희생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직책을 위해 나서는 모든 입후보자들께 먼저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는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이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로부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수장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어느 순간 존경의 대상이 아닌 고소득 전문직의 대표로서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일부 의사 개개인의 일탈과 비윤리적 행동들도 원인이지만, 의협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의사들의 올바른 자리매김에 실패한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해 봅니다.

새로 꾸려질 의협 집행부는 의협 주도로 자율규제권을 구체화시켰으면 합니다. 한국 의료는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피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현 정부 들어 그 정도는 더욱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의사사회의 자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외부의 과도한 간섭에 대해 당당히 맞설 수 있고,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문가로의 자율성과 신뢰를 담보하는 길일 것입니다.
 
저는 내과 개원의로서 눈 앞에서 일차의료의 몰락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하루하루 지켜보고 있습니다. 의료비용 통계를 통해 일차의료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반면 병원급의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종별 진료비 점유율을 보면 2009년에는 상급종합병원 15.9%, 종합병원 14.3%, 의원 22.8% 등이었지만 10년 뒤인 2019년에는 상급종합병원 17.5%, 종합병원 17.2%, 의원 19.6% 등이었습니다.   

물론 의협회장은 모든 의료계를 대표하는 자리이지만 이대로 무너지는 일차의료를 방치한다면 한국 의료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의협 집행부는 구체적인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안을 도출해 내야할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에 불리하게 구성된 상대가치 제도도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상대가치의 특성상 신의료기술이 많은 상급의료기관에 유리하고, 기존 의료기술이 주된 개원가는 항상 피해를 볼 수 없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상대가치위원회의 구성 역시 개원가 인원이 제한돼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현재 선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석심사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대처해 일차 의료기관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차기 의협회장과 집행부에 전 의사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리며, 말뿐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차기 의협 집행부를 기대해 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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