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과 함께 회원 자존감과 품격, 권위를 지켜주어야 하는 의협회장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 ⑪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
·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⑪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⑫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⑬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⑭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⑮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국가 통제체제 의료사회주의 하에서 의사들의 생존방식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새로운 기획을 하면 그것은 의사에 대한 통제 강화이거나 의사들의 권한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의협의 책무는 정부 정책의 저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쟁은 의협의 숙명이다. 

역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투쟁을 외치지 않은 후보는 한 사람도 없다. 그건 모든 후보가 투쟁이 의협의 숙명이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이해해서라기보다는 억압 속에서 회원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체득한 경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투쟁다운 투쟁을 한 적이 있는가'와 '투쟁으로 목적을 달성한 적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 8월을 뜨겁게 달궜던 의사 총파업의 전말을 보면 의사, 구체적으로 의협 집행부, 곧 의협회장의 투쟁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의약분업 반대 투쟁 이후 20년 만에 파업이 가능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이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파업은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이 주도했고, 의협회장은 도와주는 꼴이었다. 그런데 파업이 젊은 의사 주도로 계속 되지 못하고 의협회장이 오히려 서둘러 정부와 타협함으로써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투쟁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협상장에는 선봉에 섰던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이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젊은 의사들이 온몸으로 협상을 막아섰으나 의협회장은 합의를 강행했다. 그 바람에 애꿎은 학생들만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 꼴이 됐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모든 걸 뒤엎을 듯한 기세로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회장에 당선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왜 투쟁을 확실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서둘러 서명을 했을까? 전략 전술의 노련함도, 배짱도 없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투쟁을 주도하지 못한 점은 분명하다. 그로 인해 의사들은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에 약점만 노출하고 만 셈이다. 그런 점에서 노련함과 투지, 진정성은 의협회장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은 회원들의 결집력을 이끌어내는 역량이다. 그러자면 소통과 친화력이 요구된다. 늘 회원과 함께 나아가는 자세와 정신이 필요하다. 좋은 예가 있다.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1개월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고시가 발표됐을 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불법으로 규정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키로 하고 회원들과 함께 이를 관철시킴으로써 인공 임신중절수술과 관련한 수사의 중단뿐 아니라 낙태법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이처럼 회원과 함께하면 성공한 투쟁, 이기는 싸움이 가능하다.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 그리고 기필코 이겨야 한다. 이기는 싸움, 그건 회원과 함께 나아갈 때만 가능하다. 

의협 회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또 있다. 정치력이다. 이는 투쟁으로 나아가기 전에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고 호소해 회원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이를테면 공공의대의 경우,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에 비단 보건복지부만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게 유리하다.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관은 예산이 들어가는 법안엔 대개 부정적이기 마련이다. 국회에 대해서도 보건복지위뿐 아니라 기재위 등 관련 상임위는 물론 주요 정당의 대표, 또는 원내대표 내지는 중진 국회의원들과 교류해야 한다. 그래서 투쟁을 할 때조차도 이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단체라는 성격과 이익단체라는 성격 모두를 갖고 있다. 이익단체로서 의협은 당연히 투쟁체여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단체로서의 의협의 역할과 회무도 아울러야 한다. 또한 의협 회장은 의료계 종주 단체 수장으로서의 품격과 권위를 보여야 한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원 모두의 자존감과 권위를 위해서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집단의 수장 아닌가. 의협회장은 심지어 투쟁 중에도 막무가내 싸움꾼의 이미지가 아니라 품격과 권위를 잃지 않는 의연함과 당당함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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