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 "정부, 백신 중요성 간과…적정 가격 논의하다 구매 시기 놓쳐"

신임 기모란 방역기획관 기용엔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습관 보여진 사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 사진=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고려대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고려대 안암병원장)가 정부의 백신 관련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냈다. 

초기 백신 공급에 차질이 있었던 것부터 시작해 최근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 문제까지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훈 교수는 29일 한반도선진문화재단 '코로나19와 백신' 브리핑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백신 문제에 있어 정부가 한 번 더 실기를 한다면 그땐 국민들이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우선 초기 백신 공급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방역 당국자들이 백신의 가치와 공급의 절박함에 대해 간과하면서 백신 구매 시기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당국자들이 백신의 가치와 공급의 절박함에 대해 실기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전에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는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적정 백신 가격 문제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며 "백신 관련 최초 논의 시기는 확진자가 상당히 감소했던 때다. 분위기상 당국자들이 적정가격을 무시하고 백신 공급을 확약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에 더해 K방역의 성공에 자신감을 잔뜩 갖고 있던 상황에서 전 세계가 백신에 올인 할 때 우리는 치료제로 가자는 일부 정치권 주장까지 가미됐다"며 "이 과정에서 백신 공급 제약사들과의 관계에서 적정 가격을 내고하느라 구매 시기를 놓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의 습관이 백신 수급 문제를 야기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최근 청와대 기모란 방역기획관 기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방역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종종 무시하면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습관이 있고 앞선 백신 수급 문제도 이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며 "최근 백신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 인사가 청와대로 중용된 행태만 보더라도 백신을 정말 제때 공급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령탑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듣고 특히 그 가운데 위험이 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번번이 쉽게 가려고만 한다. 이는 소위 말하는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백신 관련 이상반응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다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훈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수많은 사례에서 정부는 단 한 건도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국민이 백신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이를 누가 100% 장담할 수 있느냐"며 "사망 원인에 기저질환이 70%, 백신이 30% 기여했다면 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시간이 지나서 과학적으로 백신과 연관성이 입증된다면 향후 유사한 재난에서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상 문제의 정책적 대안에 있어 박 교수는 "상당수의 국민이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전향적으로 백신 접종과는 확실하게 무관한 사망 사건을 제외하고는 우선 보상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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