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과학적 근거' 나올까…서울의대 비대위 시도 주목

올바른 한국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의대정원 논란 종지부 될지 놓고 '갑론을박'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 의사 수 추계를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선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달 말부터 의대정원과 관련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올바른 한국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를 시작한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을 증원하는 근거로 3개의 연구를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연구의 연구책임자들은 본인들의 연구가 2000명씩 5년간 증원의 근거로 사용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자들의 지적에도 정부가 증원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합리적,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안을 제시하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국민∙환자 대상 공모부터 시작…연구 필요 데이터 셋은 서울의대가 수집∙공개
 
이에 서울의대 비대위는 국민이 바라는 의료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의사 수 추계에 대한 연구를 공모하기로 했다. 우선 국민,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의 모습부터 공모한다. 미래 의료서비스의 형태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9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일반 국민에게 아이디어를 받고, 이를 기반으로 5월 14일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공모전 상금은 대상 1000만원, 최우수상 500만원, 우수상 300만원, 가작 100만원이다.
 
5월 1일부터는 연구 분석을 위해 필요한 변수 요청∙수집을 시작으로 연구자 공개 토론, 연구자들로부터 요청된 변수를 포함한 대정부 공식 자료 제공 요구, 최종 공인 데이터 셋의 기본적 분포 공개 및 배포, 공개 데이터 셋을 활용한 연구자들의 분석과 국제학술지 투고 등이 계획돼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연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 변수를 정부∙국회 등에 요구해 모으고, 연구자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사용해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9월부터 10월 말까지 출판 논문 공모 참여 의향을 제출받으며, 출판 논문의 공모를 내년 1월 말까지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내년 2월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연구를 평가한다. 심사 기준은 출판된 저널의 학술적 수준과 영향력(30%), 분석에 고려된 시나리오가 국민∙환자 공모전에 제출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의료 서비스의 모습’의 반영 정도(40%), 정책 제안의 수월성(30%) 등이다. 상금은 국민∙환자 대상 공모전과 동일하다.

과학적 근거 기반 적정 의사 수 도출 가능…"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의론도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은 갈린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의대정원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회의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구를 하면서 다각적으로 조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현재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필요 의사인력 수를 추계한 것인데, 실제로는 이대로 가면 의료체계는 폭발할 수 없기에 적절치 않은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모를 통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 하에서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중에 가장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고 거기에 필요한 의사 수에 맞게 의대정원을 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대정원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적정한 의료인력 산출은 정책적 영향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도출)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증원 정책은 다른 정책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종속 변수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 변수로 작용한다”며 “공모를 통해 연구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정부가 제시하는 것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도 “정책 변화 등의 변수를 정교화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에 따른 영향을 측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관련해서 이후에 논란도 계속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만들자는 의도는 좋은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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