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께,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만 하는 단체가 아닌 정책 파트너인 전문가단체입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⑪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장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제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임기는 올해 5월 10일부터 5년간입니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 대응체계 전면개편과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를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선거 이전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에 이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꼭 필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다시 한 번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보건의료정책 수립"
②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코로나 최일선에서 의료진의 애로사항과 헌신 헤아리길"
③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국민 생명 지키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④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직역 간 편가르기 대신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⑤민복기 의협 대선기획단장 "국민을 위해 의사가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⑥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저수가 정책기조 버리고 적정한 의료비 지출을"
⑦박홍준 전 서울시의사회장 "의료는 산업발전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⑧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 "전문가 배제된 보건의료정책, 국민들에게 비극과 참사"
⑨서연주 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합리적인 보건의료체계와 의료인력 양성 시스템"
⑩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선의의 의료행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⑪장성구 전 의학회장 "의학계·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 파트너십 발휘하는 전문가 단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세월의 부침이란 항상 새로운 역사를 세우기 위한 역동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태풍이 불어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고난 속에서 태어나는 희망과 같은 것이다. 이제 이 나라를 5년간 책임지고 운영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됐다. 많은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름대로의 희망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한 자기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 새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운영의 주체는 국민들의 희망이 크고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감회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자유 민주주의 수호와 시장경제의 활성화'라는 언급과 '국민들에게 솔직해 지겠다'는 말, 그리고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구현'이라는 말이 가슴속 깊이 와 닫는다. 이런 약속의 실천은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로써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법적 그리고 사회관습에 따른 '정의'와 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 사이에는 상충되는 점이 많다. 여기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밀어붙이기가 아닌 국민들을 향한 설명과 설득, 그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차기 정부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적인 판단과 국민들 정서상의 상식이 충돌할 경우에는 국민들의 법(法)에 대한 감정이나 법 지식의 부족함을 탓하지 말고 자세한 대국민 안내가 필요하다. 
 
토어번 멜치어(Torben Melchior) 대법원장이 방한했을 때 언급한 덴마크 국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는 법치국가의 기본이라는 생각과 함께 매우 부러웠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국민의 마음 한 가운데 대통령이 굳건히 서 있고, 경륜과 양식 그리고 양심과 민주시민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우국여가(憂國如家)와 숭공불거(崇功不居)의 철학이 있는 인사들로 참모진을 구성한다면 성공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차기 정부를 기대하면서 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향후 국정운영과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몇 가지 개인적 소회를 건의해 본다.

첫째, 가장 먼저 건의하고 싶은 것은 의학계나 의료계는 정부의 대척점에 서서 대정부 투쟁만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의학계와 의료계는 정부의 대국민 보건의료정책 입안과 수행에 있어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 단체이다. 과거 역대 정부는 이 점을 아주 쉽게 간과하는 실책을 범했다.
 
둘째, 신임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내용과 우려스러운 것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공약으로 인해 혼란스럽다. 이 공약을 구체화 할 때는 전문가 단체인 의료계와 심도 깊은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국민을 위한 의료현장의 문제는 반드시 의료일선에서 환자들과 동고동락을 함께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바란다.
 
셋째,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 실천적 철학으로 이어져 삶과 행동의 바탕이 되도록 부단하고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국민들의 생활 철학은 비단 보건의료분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생활하느냐 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의 명운이 달려있는 문제이다.
 
넷째, 의과대학 설립과 의사 증원문제는 역대 정부와 의료계가 상충된 의견 대립의 극한점이 돼왔다. 의사가 부족해도 문제지만 의사 과잉으로 일부 선진국에서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의 가수요창출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집권세력의 정치적인 입지만을 고려한 판단과 아전인수식의 정책결정으로 의료정책의 많은 오류를 범했다.

의사 인력의 추계를 위해 네덜란드의 보건의료 인력시스템(Health Workforce Planning)과 같은 객관적 평가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과대학의 설립은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훌륭하고 역량 있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처럼 의과대학 설립 허가 때 의학교육 평가위원회의 사전평가에 따라 학생선발 자격과 선발 시기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부실한 의과대학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모든 선진국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의사의 졸업 후 교육(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의사의 교육과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이나 정책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의사들 각자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이만큼 성취됐다. 이제는 고품격 임상 의료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향후 고품격 의료란 국가의 대외 경쟁력의 제고는 물론이거니와 국가의 품격을 이루는 핵심이 될 것이다. 
 
여섯째, 공공의료에 대한 의견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보건소가 전국적으로 잘 갖춰진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운영의 효율과 인사운영 방향은 비과학적이다. 보건소는 '지역 보건의료 당국'의 위상을 갖춰야 하고 전국에 산재한 지방의료원과 긴밀한 의료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소위 공공의료의 확충과 전염병 방역에 실질적으로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사 한명을 배출하는 교육비가 가장 비싼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의사의 증원 없이도 공공의료의 확충은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자존감 문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은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자존감을 느낄 때 우수한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아울러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존감은 더욱 의미 있는 사회 공헌의 출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른 집권층의 일방적인 매도로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 상실감에 빠져 있다.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공헌을 반드시 재평가하고, 척박하고 열악한 의료일선 현장에서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자 노력하는 전문가로서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과 새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실행함에 있어서 얼마만큼 현장의 상황,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에 천착(穿鑿)하느냐 하는 것은 성공적인 정부가 되는데 필수 요건이다. 의료계 문제도 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정부권력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뻔뻔한 변명과 억지의 견강부회(牽强附會)가 국정운영의 흐름으로 윤색된다면 국민들은 또 다른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제 부정적인 모든 기억은 과거의 일로 날려 보내고, 미래를 위해 힘찬 출발을 하는 새로운 정부, 정의와 상식이 일상화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정부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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