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 논란
모 대통령 후보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인체의 ‘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그 ‘병’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떠한 이유로 그 사람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저해한다면 그 이유를 ‘병’이라 부를 수 있을텐데, 그 ‘기능’에 대한 범위와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암이나 결핵, 콜레라, 흑사병,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중한 병들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병이겠지만, 사람들의 그 애매한 기준 사이에 걸쳐 있는 병들도 많다.
가령 치아의 경우, 25세 남성이 술을 마시고 넘어져 앞니가 두 개 빠지는 것과 75세 노인의 이가 빠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물론 그 25세 남성도 앞니 두 개가 빠짐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75세 노인의 치아는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치과 임플란트도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70세 이상
2. 부분적으로 치아가 없는 환자의 턱뼈 내에 ‘분리형’ 식립재료를 사용해 ‘비귀금속 도재관’으로 보철을 한 경우
3. 1인당 평생 2개까지만
이 1~3의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임플란트의 건강보험 적용도 수없이 많은 논의 끝에 까다로운 기준이 겨우 만들어졌다.
이와 비슷한 이슈들은 수도 없이 많다.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 기능 손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 가장 대표적으로 비만이 있고 사각턱, 주걱턱, 들창코, 무쌍꺼풀, 다모증, 주근깨, 여드름, 백모증, 검버섯, 주름 등 수도 없이 많다. 미용의 영역이 아닌 심각한 기능 손상이 실재하지만 병이라 부르기 애매한 영역도 많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 조루, 지루, 성불감증 등이 있겠다.
하지만 환자들이 괴로워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영역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해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모은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기능적 손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 안전성에 대해 ‘급여 적정성 평가’라는 과정을 거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 의결해야 한다. 정치권이 건강보험 적용을 선심성, 즉흥적으로 '옛다'하고 해줄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MRI와 대학병원 1,2인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무턱대고 발표하고 이를 반대하던 의료계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적폐’로 몰던 날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적폐’들의 말이 들어맞은 이후 3년간의 일들이 생각난다. 물론 ‘코로나’로 병원 방문이 줄어 건보 재정에 구세주가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의료가 정치에 이용되는 걸 이제 그만 좀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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