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상대 형사소송은 위자료 받기 위한 절차?…의사·환자 동시에 만족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하자"

"의료사고 배상책임 보험 가입하면 형사처벌 면제해야…면책 아닌 의료분쟁 해결 위해 필요"

사진 왼쪽부터 법무법인 담헌 이준석 변호사,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 김의택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의료법학회 장욱 총무이사, 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의 오랜 바람이었던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인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방어진료를 줄이는 동시에, 환자 입장에서도 신속한 피해 구제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감염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이 구속됐다가 최근 의료진이 전부 무죄판결을 선고받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2018년엔 8세 소아환자의 탈장을 조기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3명이 1심에서 법정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0년에도 모 대학병원 교수가 대장암이 의심되는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돼 구치소에서 54일간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이 민사적 배상판결 이후에도 의사를 형사적으로 고소해 법정구속시키는 판결이 잇따르자, 의료계는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의료계는 특례법을 통해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과에 종사하는 의료인에게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할 수 있고 소신진료로 인해 환자의 건강권이 증진된다고 주장했다. 

법률전문가들, 의사 형사책임 면책 아닌 의료분쟁 해결 위해 특례법 필요

법률 전문가들도 무분별하게 형사고소가 남발될 수 밖에 없는 현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자리매김하면서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분쟁 없이 원만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가칭)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법무법인 담헌 이준석 변호사는 22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예시로 들며 보험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종합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단 12대 중과실의 경우엔 예외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도 명시돼 있다. 

이준석 변호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은 단순히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며 "의료분쟁특례법 조항 중 주요 내용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업무상과실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의료분쟁을 형사책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지 말고 민사배상 책임 단계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특례법의 주된 제정 취지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차량운전자의 보험가입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률이 낮다. 만약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생긴다면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보험사를 통한 의료분쟁 해결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는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불필요하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조항은 의사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조항이 결코 아니다"라며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훨씬 증가시킬 수 있어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 법적 분쟁 없이도 원만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양 당사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법률"이라고 반박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손해배상 위자료 한도 1억…형사고소로 배상 금액 높이려는 시도 높아져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환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고 각자 도생하는 상황"이라며 "업무상 의료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를 타당하게 해결할 수 있는 보험제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의사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통해 부족한 배상 금액을 받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치료비 배상이 소극적으로 적용되고 위자료 한도도 최대 1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보니 의료사고 시 형사소송이 빈번한 실정이다. 

전 변호사는 "2019년 기준으로 교통사고는 한해 22만건이 접수됐고 같은 해 의료사고는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만 8만건이고 집계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수십만건에 달할 것"이라며 "경미한 교통사고에 대한 범죄화를 위해 막기 위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제정된 것처럼 의료분쟁특례법을 통해 무분별한 의사들의 형사적 범죄화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의택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법무법인 성지 대표변호사)도 "해당 법이 입법되려면 민사 소송 과정에서도 환자들이 의료진 과실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며 "사망이나 중상해 등에선 과실을 수사를 통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면책이 어려울 수 있어도 그외 의료사고에선 면책이 가능한 수준으로 입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료법학회 장욱 총무이사는 과거 입법 사례를 참고해 세부 조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과정에서도 중대 과실이 없거나 당시 의료행위가 불가피했다고 인정될 시,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특정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교통사고특례법에서도 12가지 제외 조항을 둔 것처럼 다양한 사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리적 문제가 우선 고려돼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 지 환자단체와 일반 의료소비자 등 전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국회 등과 함께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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