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원격의료'...이웃나라 중국∙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진격'의 중국 원격의료 플랫폼 핑안 굿닥터 누적 12억건...일본은 낮은 수가에 '주춤'

핑안 굿닥터 시에 궈통 수석 헬스케어 과학자. 사진=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대회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의료계의 입장 변화 등으로 국내 원격의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4월 29일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창립 1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원격의료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핑안 굿닥터의 수석 헬스케어 과학자(Chief Healthcare Scientist) 시에 궈통(Xie Guotong) 박사는 중국의 원격의료 플랫폼 ‘핑안 굿닥터(Ping An Good Doctor∙平安好医)’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핑안 굿닥터가 “의사와 환자 간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핑안 굿닥터, 등록 회원 4억명∙하루 비대면진료 100만건...주 사용자는 19~35세 여성

핑안 굿닥터는 등록 사용자 수가 4억명 이상, 소속 풀타임 의사 수가 2000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원격의료 플랫폼이다. 비대면 진료건수는 하루 100만건 수준이며, 누적은 12억 건이 넘었다.

핑안 굿닥터는 건강관리, 비대면 진료, 온라인 약국, 1분 클리닉(One-minute Clinic) 등의 4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히 공중전화 부스와 자판기를 합쳐놓은 듯한 형태의 1분 클리닉은 핑안 굿닥터만의 특색있는 서비스다. 환자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 비대면 진료를 받게 되며, 진료가 끝난 후에는 부스 밖으로 나와 약품 자판기에서 처방받은 약을 구입하게 된다.

시에 박사는 핑안 굿닥터에서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비대면 진료 건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위 5개 과목은 ▲산부인과(19.2%) ▲피부과(17%) ▲소아과(14.4%) ▲일반 내과(14.4%) ▲비뇨의학과(6.5%) 등으로 이들 5개 과목을 합한 비율은 70%가 넘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은 주로 경증 질환에 대해 원격진료를 요청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비대면 진료 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일반 상담, 생활 습관 등 특정 질환과 무관한 상담(20%)이었다. 특정 항목 중에는 ▲상기도 감염(4%) ▲임신(3%) ▲피부염(2%) ▲습진(2%) 등의 비율이 높았다.

핑안 굿닥터의 주 이용자층은 19~35세의 여성들이었다. 전체 이용자를 성별로 나누면 여성의 비율이 60%로 남성에 비해 높았으며, 여성들은 ▲산부인과(98%) ▲피부과(56%) ▲일반 내과(55%) ▲소화기내과(54%) ▲정형외과(53%) 등을 주로 이용했다.

핑안 굿닥터의 일일 비대면 진료 건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는데, 특히 대유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에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대유행할 당시에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 비해 하루 비대면 진료 건수가 23.2% 늘었다”며 “흥미로운 부분은 대유행이 끝난 후에도 비대면 진료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53.4%나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했다.

핑안 굿닥터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핑안 굿닥터의 AI 모델은 3030개 질환에 대한 분류와 진단이 가능하며 상담, 분류∙스크리닝, 진단∙처치 보조, 모니터링∙관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AI가 담당할 수 있는 질환도 83개에 달한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미적용 ▲여전히 익숙치 않은 원격의료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의 제약(혈액 및 영상검사 불가능)  ▲엄격한 규제(AI 단독 진단 불가, 개인 정보 문제) 등은 핑안 굿닥터를 비롯한 중국 원격의료 플랫폼들이 마주하고 있는 난관들이다.

시에 박사는 이 같은 난관과 별개로 “핑안 굿닥터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주치의 멤버십(Family doctor Memberships), O2O(Online to Offline) 등을 축으로 한 새로운 전략으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대병원 마사오미 난가쿠 교수. 사진=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대회 중계 갈무리

코로나로 초진 비대면 진료까지 푼 일본...대면진료 대비 낮은 수가 탓 이용 저조

도쿄대병원 마사오미 난가쿠 교수는 일본의 원격의료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비대면 진료를 조금씩 풀어오다 2015년 8월 만성질환자 대상, 재진 이상에 허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 원격의료 관련 규제 완화를 가속화하는 계기였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초진환자에 대해서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것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 발맞춰 의료계도 권고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총 138개의 일본 의학 단체들로 구성된 일본의과회연합은 2021년 6월 초진환자 대상 원격의료 권고안(Recommendations about the first visit via online medicine)을, 올해 4월에는 원격의료로 지속 관리 가능한 질환에 대한 권고안(Recommendations about diseases which can be continuously managed by online medicine)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과 의료계의 주체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이용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비대면 진료료를 산정한 의료기관 수를 통해 이용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팬데믹 전이던 지난 2019년 10월 의료기관 중 비대면 진료 재진료를 산정한 곳은 2만7128곳이었는데 코로나로 초진까지 허용된 이후인 2020년 5월에는 총 5만7274곳(재진료 5만1765곳∙초진료 5518곳)으로 두 배 이상 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비대면 진료비 산정 기관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같은 해 9월에는 4만4318곳(초진 2877곳·재진 4만144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마사오미 교수는 이처럼 일본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대면 진료 대비 낮은 수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2월 코로나19로 자택에서 사망한 환자가 564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비대면 진료가 (적극 활용됐다면) 이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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