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3개, 수도권 12개에 불과...3차 대유행에 중환자 병상 확보 시급

[코로나19 3차유행 긴급점검]① 국공립‧공공 우선 병상 확보 vs 민간병원 협조 필수 의견 분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중환자 치료 역량이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중환자 치료 역량이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설상가상 정부가 내놓은 대안책 역시 국공립‧공공병원과 민간병원‧학계 등 의료계 의견이 충돌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대한중환자의학회 등 전문가들이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병상 배치를 반대하고 나선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이라도 먼저 나서 중환자 병상 확보에 협조하자는 결론을 도출한 상태다.
 
중환자 며칠 사이에 100명 가까이 늘어…중환자 병상 부족 현실화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82명으로 지난 1차 유행인 2월 29일 이후 최대 규모의 환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오늘까지 2주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55명→503명→450명→438명→451명→511명→540명→628명→577명→631명→615명→592명→686명→682명 등이다. 
 
특히 확진자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9일 기준 수도권에서만 52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서울 264명, 경기 214명, 인천 46명 등이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병상 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8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가용 병상은 전국에 이미 7.9% 밖에 남지 않아 546개 중 43개 뿐이다. 확진자가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남은 중환자 병상은 12개밖에 남지 않았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5곳은 가용 병상이 1곳도 없다. 경증환자와 중등도 환자들을 수용하는 감염병전담병원의 가동률도 서울의 경우 83%, 경기도가 87%를 웃돌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서울은 이미 병상이 포화상태다. 서울시는 10일 기준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62개 중 59개가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가용 병상이 3개 뿐이라는 것이다. 전날과 비교해도 하루 사이에 3개가 줄었다.
 
하루 신규 환자가 600명대 선을 넘어선 이달 초부터는 위중·중증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위중·중증 환자는 지난달 30일 기준 76명에 불과했지만 1주일여만에 134명로 늘더니 10일 기준 위중·중증 환자는 172명을 기록했다.
 
일반 병상과 경증 환자 수용은 그나마 여력이 남아있지만 지금같은 확진 추세라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9일 기준 일반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는 감염병 전담 병상은 전국 4900개 가운데 35%인 1714개가 입원이 가능한 상태다.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가 격리 생활하는 전국 23개 생활치료센터는 정원 4727명의 41.4%인 1954명을 수용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경증과 무증상, 중증환자는 병상 공급에 문제가 없다"며 "다만 중환자실의 경우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관련 장비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하면서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상급종합병원이 협력해야…학계는 비효율 이유로 반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대본은 중환자 병상을 올 연말 안에 154개 더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임시병원 개념인 모듈병원을 만들어 중환자를 치료하는 모델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컨테이너 임시 병상은 10일 서울의료원 48개 병상이 설치되고 서북병원에 28개 병상이 추가로 확보될 예정이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9일 "컨테이너 병상보다 모듈병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컨테이너 안에 인력만 투입해선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며 "감염 차단을 위한 이동형 음압기 등 진료체계를 전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대본은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을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상으로 최대한 전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각 병원당 10개의 중환자병상을 요청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확보한 중환자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원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발족했다.

그러나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음압설계가 이뤄져 있지 않아 코로나19 병상 확충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의 비코로나19 환자 진료 역량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울산의대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학 교수는 9일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 진료 대책 온라인 포럼에서 "1병상이라도 코로나19 환자를 보게되면 감염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중환자 병상의 3~5배가 축소된다. 비코로나19 환자의 치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각 상급종합병원에 분산될 경우 진료와 증상에 따른 전원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려의대 호흡기내과학 김제형 교수는 "병상이 여러 곳에 분산될 경우 병상 파악이 어렵고 중증도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중환자이송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공립과 민간 대립…국립대병원은 협조키로, 상종안 VS 전담병원안
 
결국 쟁점은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어디에 둘 것인지 여부다. 병상의 빠른 확보를 위해 각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 병상을 차출해 단기적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장기화되는 연속적 팬데믹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병상을 한 곳에 모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공립병원 등은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적극적 동참 없이는 3차 대유행 상황을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공공병원에서 중환자 대응을 도맡아왔는데 지금의 확진 증가 추세로는 중환자 대응 여력이 힘에 부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오늘(10일) 국립대병원장들은 긴급 회담을 열고 상황이 급하니 국립대라도 먼저 나서 중환자 병상 확보에 적극 협조하자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호 정책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정부가 병상을 동원하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다"며 "민간 의료기관에 병상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이 서울 중환자의 45% 정도를 진료하고 있다"며 "서울의료원과 더불어 수도권 국공립병원은 감염병 환자 전담치료 방식으로 전환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정책관은 병상 협조에 따른 보상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협조로) 병상을 확보할 경우 평균 병상 운영비의 5배를 지급하고 있고 추가적 인력투입을 반영해 10배의 병상 비용을 지불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며 "대구 동산병원 같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존하는 병상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환자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안 보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거점전담병원을 추가 확충해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이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이 아니며 의료의 효율적 역할 분담에 따른 제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전 회장(가톨릭의대 교수)는 "거점전담병원안은 서로의 이해가 상충하는 주장이 아니라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선제적 대안"이라며 "병상이 여러 곳에 분산될 경우 병상 파악도 어렵고 중환자이송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환자 병상을 한 곳에 모으고 민간에서 의료인력을 지원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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