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정화에 '의정협의' 만지작...공공의대 추진에는 절대 반대

의협, 별도 조직이나 기존 TF로 대응 고려, 젊은 의사 입장 반영...이재명 대표 발언에는 반발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의 논의를 위한 의정협의체 회의는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의정협의를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문을 통해 의대증원∙공공의대 신설 등을 코로나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협의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의정협의는 지난해 2월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다만 의협은 의정협의 준비와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최근 공공의대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정과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조만간 정부서 의정협의 재개 요청 예상...범투위나 기존 TF 통해 의정협의 준비

20일 의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협은 조만간 정부가 의정협의체 논의 재개를 요청해올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구성했던 '범 의료계 투쟁위원회(범투위)' 형태의 별도 조직을 구성하거나 기존에 마련돼 있는 TF 등을 통해 현안별로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범투위는 2020년 8월 파업 당시 대정부 투쟁 방향 설정 등을 위해 최대집 위원장 체제로 출범했다. 파업 종료 후 확대 개편을 거쳐 의정협의에 대비하다가 최대집 집행부 임기 종료와 함께 해산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이필수 집행부는 별도로 범투위 형태의 조직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감소,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논의 등으로 코로나 안정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의협 내부에서도 의정협의 준비가 필요하단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공의대 법안 신속 처리 의지를 밝히는 등[관련기사=이재명 대표 "공공의대 법안 신속 처리할 것...의대증원과 별개 문제"] 정부와 국회에선 본격적으로 공공의대 논의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범투위 형태의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별도 조직이 구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조만간 정부에서 의정협의제 재개를 요청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기존 TF가 현안별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며 “의대증설 등의 문제는 최근 1차 회의를 가진 젊은의사 TF를 통해서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공공의대' 속도전 주문엔 반발..."실효성 떨어지고 의정합의 위반"

의료계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의대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공의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해당 사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의정합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 대표가 공공의대에 집착하는 것이 표심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어떤 지역이든 의대가 세워진다고 하면 지역민들은 환영하기 마련인데 실제 1000억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의대 하나를 신설한다고 공공의료의 강화라는 목적이 달성될 지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대 졸업 후 10년 의무복무 조항은 개인의 자유 문제가 있고, 실제 우리나라에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있는지 자체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의협은 기본적으로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고, 해당 사안은 국회가 아니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기존 서남의대 49명 정원을 나눠서 가져간 전북대와 원광대가 다시 정원을 내놓겠다고 합의했느냐. 이런 제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의대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질 관리에 실패했던 서남대가 폐교한지 얼마지나지 않았다”며 “그 원인 진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의대를 설립하는 것보다는 다른 의대에 정원 재분배를 하는 등 기존 의대 체계 내에서 논의를 하는 게 더 적절하다”며 “소위 미니 의대라고 하는 소규모 의대를 계속 늘리는 것은 교육의 질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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