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배우자의 '불법' 대리처방 의혹, 왜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말을 못하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89화. 대리처방은 분명한 의료법 위반  

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면 환자로부터 곤란한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 중에 가장 빈번한 부탁은 ‘대리 처방’이다. 환자의 부모나 자녀, 형제의 요청은 약과고 그냥 아는 사람, 친구라며 환자의 약을 대신 요청하는 경우도 무척 빈번하다. 그런 요청이 있을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전문의약품은 약의 효과만큼 다양한 부작용이 있고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환자의 병적 상태와 치료 목적에 적확한 약을 쓰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대리 처방으로 유통되는 약은 시중에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현 정부는 2020년 2월, 대리처방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의료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대리처방 요건은
1.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2.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같은 질환에 대하여 계속 진료를 받아오면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로 한정되고

대리수령이 가능한 자의 범위를
1. 부모, 자녀
2.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3. 형제, 자매
4. 사위, 며느리
5. 노인의료복지시설 종사자
6. 그 외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처벌규정 또한 강화했는데, 보호자 등이 대리처방의 수령 요건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의료인이 대리처방의 교부 요건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최근 유력 정치인 배우자의 대리처방 의혹이 불거졌다. 이것이 단순한 과잉 의전 문제가 아닌, 의료법 위반이라는 불법의 영역으로 확장되자, 가임기 여성이 '폐경기 호르몬을 직접 복용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임신을 위해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하는 여성에게 자궁적출술을 했다는 꼴이다.

이런 거짓 변명이 여의치 않자 한 정치인은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버젓이 했다.
“국회의원들도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보좌진을 통해 약을 처방 받는다.”
“20대 남성들이 탈모약을 40~50대의 아버지 명의로 처방 받는다.”

급기야 정치인이 동료 국회의원과 국민들을 불법 범죄자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선거를 앞두고 펼치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 걸까. 

사회적인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차라리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대리처방의 위험성에 대해 경솔하게 생각했음을 시인하고, 처벌을 달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태도가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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