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메디컬팀이 들려주는 약 이야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근거중심의학을 넘어 맞춤의학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정밀의료 시대를 맞아 의사들에게 올바른 처방정보를 제공하고자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학부를 만나 최신 질환정보와 제품정보를 듣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평소 개원가에서 보기 어려운 질환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의약품 처방 시 도움이 되는 임상근거 자료를 쉽고 자세하게 풀어 환자 진료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성 생활을 하는 성인 10명 중 6명은 일생 한번은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HPV 감염률을 조사했을 때, 국내 여성 약 6만명 가운데 34.2%가 HPV에 감염됐으며, 이 중 18-29세 젊은 층의 감염률은 49.9%로 나타났다.
HPV 감염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질병관리청은 올해부터 제4급 법정 감염병에 HPV 감염증을 신설해 감시하고 있다. 2020년 국내 HPV 감염자를 분석했을 때 20~30대가 4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점차 성관계 시작 연령은 낮아지고, 성생활은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성생활이 왕성한 젊은 세대에서 HPV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PV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HPV에 지속적으로 감염되면 여러 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자궁경부암을 자궁경부암을 꼽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흔한 여성암이지만 정기 검진과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발견됐으며, HPV 감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커버하는 백신은 9가 HPV 백신이다. 9가 HPV 백신은 여성에서 나타나는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과 남녀 모두에서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HPV 유형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 9가 HPV 백신 가다실9의 접종연령 대상을 기존 남녀 9~26세에서 여성 9~45세로 확대했다.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가다실9의 접종연령을 만 45세까지 확대해 적극적인 HPV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15년 가다실9의 허가 당시 만 9세 이상의 남녀는 모두 접종 가능하도록 승인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가다실9의 접종연령을 만 9-26세에서 만 27-45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가다실9의 접종연령 확대는 가다실9을 접종 받은 만 27~45세 여성과 만 16~26세 여성의 면역 반응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승인됐다. 두 그룹의 면역 반응은 비열등한 것으로 나타나, 만 16-45세 여성에서 가다실9의 면역원성을 입증했으며, 두 그룹의 안정성도 유사했다.
이번 가다실9의 접종연령 확대는 국내에서 더 넓은 연령대에서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HPV 감염 질환 예방과 질병 부담 경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MSD 의학부 MSL(Medical Science Liaison)로 HPV 백신을 담당하고 있는 김세희 과장과 인터뷰를 통해 가다실9의 효능과 가치, 향후 비전에 대해 알아봤다.
Q. 최근 국내 자궁경부암 발병 추이는 어떠한가?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5년 동안 자궁경부암 환자수를 살펴보면 2015년 5만 4603명에서 2019년 6만 3051명으로 약 15% 증가했다. 자궁경부암 환자 연령대 별로 봤을 때, 40~5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40대가 26%(1만 705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50대가 23%(1만 4922명)를 차지했다.
최근 20~30대 젊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 3447명이었으나, 2019년 1만 7760명으로 32%나 증가했다. 자궁경부암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50대가 동일 기간 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급격한 변화다.
Q.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발견됐다. HPV는 무엇이며 어떻게 전파되는가?
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현재까지 약 200여종이 발견됐다. 그 중 40여종이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HPV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고 자연적으로 소멸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될 경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과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Q. HPV 감염으로 인해 여성 혹은 남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은 어떤 것이 있는가?
HPV유형 중 고위험군인 HPV 16, 18형은 여성의 생식기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남성과 여성의 항문암 등과 관련이 있다.
HPV 6, 11형과 같은 저위험군 HPV는 생식기 사마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식기 사마귀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법정 감염졍 중 지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치료법 없는 HPV 감염, 예방이 가장 중요…남녀 모두 접종 권고
HPV 감염은 성 생활을 하는 성인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소멸하지만 일부 고위험 HPV 유형은 감염이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지속적인 HPV 감염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과장은 "HPV 검사 혹은 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해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HPV 감염은 현재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PV 감염의 주요 원인이 성접촉이기 때문에 안전한 성생활로 HPV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 과장은 "성 파트너 수가 적을수록, 상대의 성 파트너 수가 적을수록 HPV 감염 위험도 감소한다. 또한 콘돔 사용은 HPV과 세균성 성매개감염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및 대한감염학회에서는 HPV 감염 예방을 위해 안전한 성생활과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 과장은 "HPV는 성별의 구분 없이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면서 "이미 미국, 호주, 유럽 등 40개국에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여아는 물론, 남아까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할 때 HPV 유병률 현저히 감소
국내에는 HP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2가, 4가 9가 백신이 있다. HPV 백신 앞에 붙는 숫자는 백신이 포함하고 있는 HPV 유형을 의미한다. 2가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 16, 18형을 커버한다. 4가 HPV 백신은 2가 HPV 백신에서 생식기 사마귀의 원인 90%를 차지하는 HPV 6, 11형이 추가됐고, 9가 HPV 백신은 31, 33, 45, 52, 58형 총 5가지가 더 추가된 것이다.
김 과장은 "기존의 HPV 백신이 자궁경부암 유발 HPV 유형의 70%를 커버할 수 있었다면, 9가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고위험 HPV 유형이 더 추가되면서 90%까지 예방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 9가 HPV 백신이 가장 많은 HPV 유형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다실9이 자궁경부암 백신이기 때문에 여성만 접종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도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HPV 백신이다.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9가지 HPV 유형이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을 예방한다.
김 과장은 "국내에서는 HPV 백신 도입 초기에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홍보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접종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HPV는 남성에게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도 적극적인 HPV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의 한 모델링 연구 결과, 여성이 단독으로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할 때 HPV 유병률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남성 HPV 감염이 줄어들면 여성 HPV 질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이번 접종 연령 확대를 통해 가다실9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커버하면서, 가장 폭 넓은 연령에게 접종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40대가 가장 많지만, 최근 20~30대 젊은 환자가 증가하고, HPV 감염률도 20~3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나, 다양한 연령층에서 HPV 예방 및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가다실9 접종연령 확대를 통해 국내 HPV 감염 예방 및 HPV 관련 질환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경험·결혼·출산에 구애받지 않고 접종가능…성별·연령 관계없이 인식 바껴야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해 국가적으로 활발하게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과장은 "호주와 캐나다에서는 향후 20년 안에 자궁경부암 퇴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궁경부암 및 HPV 질환 퇴치를 위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서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면서 적극적인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호주, 캐나다 외에도 OECD 국가 36개국 중 18개국이 HPV 백신 NIP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HPV 백신을 2016년부터 NIP로 HPV 백신을 도입해, 만 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세 이상부터 자궁경부암 검진을 지원하면서 조기진단을 권장하고 있다.
김 과장은 "하지만 남성 접종은 지원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최근 9가 HPV 백신의 접종연령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여성에게 HPV 백신 접종 기회를 넓힌 것처럼, 남성 접종도 확대돼 더 활발한 HPV 예방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HPV 백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HPV 백신에 대한 오해가 남아있는 것 같다. HPV 백신보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 남성들에게 인식이 낮고, 성관계 이후에는 HPV 백신의 효과가 없다는 속설 때문에 접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남성도 HPV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관련 질환의 직접적인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성관계 이후에도 HPV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성경험, 결혼, 출산에 구애받지 않고 접종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HPV 및 HPV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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