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논의, 의료계도 미묘한 ‘기류’ 변화

복지부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 확대 계획…의료계 “다른 문제들 함께 논의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의료체계의 제반 문제들을 함께 개선한다는 전제 하에 의대정원 논의도 테이블 위에 올릴 수는 있다는 것인데, 의대정원 얘기만 들려도 발칵 뒤집혔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전 의대정원 문제를 결론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매년 4월 무렵 다음해 대학 입학정원이 확정돼 각 대학으로 통보되는 것을 고려하면, 2025학년도부터는 의대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예전 같았다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 즉각 반발했을 사안이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료계가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호법 대응에 총력을 다하다보니 여력이 없는 데다, 대통령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발언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의대정원 논의 자체를 마냥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해제를 선언했고, 국내에서도 복지부가 코로나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의협은 지난 2020년 총파업 당시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코로나 종식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위기단계 하향 조정이 의대정원 논의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의협은 복지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대해 “(의료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사 수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면서도 논의 자체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세계 1, 2위 수준인 상황에서 의사 수에만 주목해 계획을 잡는 게 많이 아쉽다”며 “수 자체보다는 일정하게 분포되는 것, 필요로 하는 인력이 양성되고 보호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 부분을 중심으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근거가 있으면 (의대정원) 논의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회원들의 의견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의대정원을 몇 명 늘리겠다는 식으로 숫자에만 매몰되면 다른 복합적인 문제들이 단순화되고 해결이 어려워진다. 의사 수도 (논의할 사안에) 들어가는 거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기존 의대의 정원을 소폭 늘리는 정도라면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장한 회장은 전의교협 내부적으로도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며 “교육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공공의대 신설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기존 정원이 적은 지방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늘리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정부도 (의대정원 논의에 앞서) 큰 틀에서 공공의료를 어떻게 구성하고 작동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민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민간에 모든 걸 맡겨놓고 수가를 갖고 조정하려 하니 의료계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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