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명당 환자 200여명 맡아온 국립법무병원 의사 집단 사직…공공의료·필수의료 곳곳에서 위기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90화. 법무부 국립법무병원 의사 집단 사직 내홍 

어느 날, 내가 원하지 않는 정신질환에 걸려 심각한 피해망상을 겪는다. 이 피해망상으로 인해 타인을 해하게 된다면 나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형벌과 처분을 받아야 할까.

현실을 분간할 수 없고 판단력을 완전한 상실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범죄의 의도를 물을 수 없다. 그러므로 '심신 상실'로 간주돼 무죄를 받는다. 하지만 재범의 우려는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치료감호' 명령을 받고 '치료감호소'에 수감된다. 

이 치료감호소는 국내에 딱 한 곳이 있는데, 바로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이다. 그런데 이 국립법무병원이 '의사 집단 사직'이라는 내홍에 휩싸였다. 국립법무병원은 원장을 포함한 총 5명의 전문의가 근무해 왔는데, 이 중 원장을 제외한 4명의 전문의가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낸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치료감호소의 행정지원과장의 폭언 의혹과 의료진과의 갈등으로 알려졌다. 폭언 의혹을 받고 있는 과장에 대한 감사가 시작됐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열악한 인프라와 근무환경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e-나라지표의 통계에 따르면 국립법무병원의 정원은 900명이지만 수용자는 최근 5년간 평균 11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의사는 정원 17명에 항상 모자랐고, 이 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원장을 포함한 5명에 불과했다. 

현 의료법상 정신병원으로 분류된 병원은 전문의 1명당 60명의 환자를 최대 담당할 수 있게 규정하지만, 정작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법무병원은 무려 전문의 1명당 20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해 온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도 과밀화가 개선될 기미가 없이 더욱 심해지자, 의료진이 법무부에 인력증원과 감호시설 확대,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치료감호 영장 청구와 발부 자제를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료감호소의 병실 중 93.8%가 7~8인실이며 최대 50인이 넘는 인원이 한 번에 수용되는 대형 병실도 9개에 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고, 적절한 치료 없이 재활도 어렵다. 미흡한 치료 속에 밀어내기식 퇴원이 된다면 재범의 우려가 다시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이는 그저 국립법무병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료계는 직감한다. 현재 우리 사회 공공의료, 필수의료계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을까. 항상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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