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상황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⑲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제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임기는 올해 5월 10일부터 5년간입니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 대응체계 전면개편과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를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선거 이전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에 이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꼭 필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다시 한 번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보건의료정책 수립"
②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코로나 최일선에서 의료진의 애로사항과 헌신 헤아리길"
③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국민 생명 지키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④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직역 간 편가르기 대신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⑤민복기 의협 대선기획단장 "국민을 위해 의사가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⑥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저수가 정책기조 버리고 적정한 의료비 지출을"
⑦박홍준 전 서울시의사회장 "의료는 산업발전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⑧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 "전문가 배제된 보건의료정책, 국민들에게 비극과 참사"
⑨서연주 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합리적인 보건의료체계와 의료인력 양성 시스템"
⑩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선의의 의료행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⑪장성구 전 의학회장 "의학계·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 파트너십 발휘하는 전문가 단체"
⑫박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정착 시급"
⑬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전면적인 건강보험 정책 개선과 재정 투입"
⑭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의대 설립 아닌 의료인력 활용과 양성 청사진"
⑮좌훈정 일반과의사회장 "전문가를 존중하고 전문가와 협치하는 정부"
⑯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지역의료 활성화"
⑰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의사가 지역에 남아 소신진료할 수 있는 환경"
⑱강청희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표 "보건부 독립, 단순 분리 아닌 재설계"
⑲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대 대통령 선거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코로나 확진자 들에도 불구하고 이전 선거에 버금가는 열기속에 치러졌다. 방역과 정책당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낙관적 발표들과 달리 응급의료의 현장은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처럼 피폐해져 가고 있고, 치료를 받아야 할 응급환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치료도 못 받아 보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거기에 종사하는 응급의료인들은 끝날지 않는 재난상황에 감염과 탈진으로 지쳐가고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은 이번 선거에서 너무하다 싶을 만큼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적절한 조치와 개선은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확진자 수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지금껏 무수한 문제들이 아무런 조치나 평가, 개선 없이 또 그렇게 잊혀버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응급의료체계는 감염병 이전부터 심각한 과밀화와 부족한 인프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2년이 넘는 감염병의 유행에 이제는 바닥까지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밤에도 많은 응급환자들이 119를 타고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접촉만으로 1주일 이상 격리되던 상황이 현재는 감염된 상태에서도 3일 후 진료복귀를 강요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제도의 혼란이 현장의료를 담당하는 응급의료인들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들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의료체계의 붕괴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환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응급상황에서 119를 불러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환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며, 이미 그 응급의료체계는 기능이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상황은 지금정도의 성의 없는 행정명령과 지침변경으로 해결될 상황이 절대 아니며, 장기화할 경우 수많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 명확하다.

원인은 단순하다.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하고 대책을 만들어 준비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기본적인 응급의료에 대한 시설, 인력,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들도 무의미할 뿐이었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응급의료에 대한 대책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정책당국의 전문성과 의지의 부족 때문이며 결국 적절한 대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의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정작 상황이 발생됐을 때는 이미 늦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현장의 문제상황을 예견하고 준비와 대응을 위해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한 차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의 전문가들과 소통하지 않고 현장의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원인분석을 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코로나 대응의 경험에 비춰보면 문제인식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제는 PCR 검사도 다 하지 말고 그냥 일반병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버텨오던 응급환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여력도 지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임에도 아직도 응급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지금부터라도 응급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똑같은 문제가 무한히 반복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권을 맞이해 의료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단체들이 미뤄왔던 아쉬움들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없겠지만, 최소한 필수의료만큼은 차기 대통령의 문제 리스트들 중에서 가장 윗줄을 차지할 것을 기대한다. 그 필수의료 중에서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는 응급의료에 대한 대책은 조금이라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소중한 가치이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 이유이다. 지금 현재도 응급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격려나 보상이 아니라,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해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인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현장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응급의료인들과 함께 이 어려움을 해결할 대책논의에 나서줄 것을 희망한다. 그러한 노력만이 좌절에 빠진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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